수입물가 상승 및 자본유출 우려…운신의 폭 좁아지는 한은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트럼프 2기의 출범을 앞두고 국내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2년 만에 1400원(종가)을 넘어선 가운데, 시장에서는 1400원이 곧 1달러가 되는 뉴노멀(새로운 기준)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4.4원 오른 1399.1원으로 개장해 종가 기준(오후 3시30분) 1403.5원에 마감했다.
한 달 전만 해도 1349.5원에 거래됐던 달러가 50원 이상 뛴 것이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이후 강달러가 두드러지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화는 물론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등의 환율이 모두 올라가는 추세”라며 “당분간 1400원선이 유지되며 1450원까지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1400원이 뉴노멀이 될 가능성도 없진 않다”며 “이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환율이 올라가면 수입 물가가 높아지고 국내 자본유출과 성장률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현재까진 미 대선 후 트럼프의 영향권 아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내년부터인 만큼 현 달러 강세 현상이 유지되다 종전 기조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구체화돼 실행되면 확실히 달러 강세 압력을 받겠지만 당선 공약이 순차적으로 실행되기에 그 사이에 하방압력도 만만치 않게 작용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오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앞둔 한국은행의 경우 운신의 폭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전날 황선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은 물가만 두고 보면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치(2%)를 밑도는 현상이 장기간 이어지지 않도록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물가만 보면 금리를 충분히 인하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한은 관계자는 “9월 이후부터 물가가 1%대로 낮아지며 물가안정 기반이 공고화됐다”며 “물가 쪽에선 통화정책의 부담이 많이 완화됐고 11월에 여건 점검을 한 뒤 물가 전망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1400원 부근에서 맴도는 원·달러 환율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은행권이 가계대출 조이기를 시작하면서 지난달 1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이 감소했지만 2금융권으로 풍선효과가 작용해 전 금융권의 가계빚은 오히려 전달 대비 불어난 상황이다.
이에 한은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연내 마지막 금통위까지 남은 2주 동안 대내외적 여건 변화들이 무척 많다”며 “트럼프 당선·외환시장·주택 시장 등의 변수를 모두 짚어본 뒤 전망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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