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협회, 국회 환노위에 건의서 전달
중대재해‘처벌’법을 중대재해‘예방’법으로 변경
처벌 대폭 완화 및 대기업ㆍ중기업ㆍ소기업 의무 차등화
[대한경제=정석한 기자] 건설업계가 과도한 처벌, 방대ㆍ모호한 의무규정 등으로 건설업계에 심각한 경영부담을 초래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의 개정 건의에 본격 착수했다.
내년 1월 27일이면 중처법이 시행 3년차를 맞지만 건설현장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등 순기능보다는 경영책임자의 막중한 처벌 등 역기능이 더욱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처법이 개선되지 않으면 건설산업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전면적인 수술을 요구하고 나섰다.
14일 대한건설협회(회장 한승구)에 따르면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중처법 개정 건의서를 전달했다.
건의서 세부내용을 보면 우선 중대재해‘처벌’법을 중대재해‘예방’법으로 개선 건의한 게 눈에 띈다.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의 막대한 처벌을 규정해 중대재해를 예방하자는 현 취지에서, 안전ㆍ보건 의무사항을 규정해 중대재해를 예방하자는 취지로 바꾸자는 게 골자다.
그동안 안전사고의 책임자를 정확시한 것도 주목할 만 하다. 안전사고 책임자를 경영책임자 외에도 안전보건 업무에 관한 최종적 의사결정 권한ㆍ책임을 위임받은 사람으로 명시했다.
중대산업재해의 기준도 완화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사망 1명 이상→동일사고 사망 2명 이상 ▲동일사고 전치 6개월 이상 부상 2명 이상→동일사고 전치 6개월 이상 부상 4명 이상 ▲직업성 질병자 1년 내 3명 이상→직업성 질병자 1년 내 6명 이상 등이다.
중처법의 처벌 및 징벌적 손해배상 수준도 완화해 줄 것을 건의했다. 근로자 사망 시 1년 이상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 벌금에서 7년 이하 징역 혹은 5억원 이하 벌금으로 완화하고, 징역ㆍ벌금 병과 규정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근로자 부상ㆍ질병 시 7년 이하 징역 혹은 1억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개선해 줄 것을 건의했다. 법인 양벌규정도 사망 시 50억원 이하 벌금에서 20억 이하 벌금으로, 부상ㆍ질병 시 10억원 이하 벌금에서 5억원 이하 벌금으로 개선 요청했다.
징벌적 손해배상 금액도 손해액의 5배 이내에서 3배 이내로 낮춰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기업 규모별로 중처법 대응역량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대기업ㆍ중기업ㆍ소기업 등 역량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의무 차등화를 둘 것을 건의했다.
건협 관계자는 “경영책임자 등의 강력처벌을 골자로 하는 중처법이 내년 1월이면 3년차를 맞지만 기업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방대한 의무부담과 과도한 처벌 등은 건설업계 전반에 부작용만 양산하고 침체의 늪으로 내몰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중처법 시행에 따른 사망자 감소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전면적인 대수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중처법 시행 전인 2021년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의 사고사망자는 248명이었지만, 중처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난 2023년엔 244명으로 4명 줄어드는 데 그쳤다. 올 1월부터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중처법이 확대된 가운데, 확대 시행 전인 2023년 상반기에 사고사망자는 378명이었지만, 올 상반기는 384명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이에 대해 국회 환노위 관계자는 “중처법은 재해예방을 통한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 보호를 위한 법임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 발생 후 사업주 처벌을 위한 법으로 그 취지가 상당히 퇴색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건협 건의를 포함해 각 산업계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고 있고 있으며, 단순하게 처벌을 완화하는 개정이 아닌 법 제정 취지에 맞는 근본적인 법률개선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석한 기자 job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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