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사 오르는 데만 수년 걸려
경제성만 따져 교통소외지역 외면
강북횡단선 개념도 / 사진 : 성북구 제공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강북판 9호선’으로 불리는 강북횡단선이 장기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고배를 마신 가운데 재추진에 착수하더라도 서울시 도시철도 10개년 계획 변경안, 변경안에 대한 국토교통부 심의, 사전타당성조사에 이어 기재부 예타 재수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어서다.
강북횡단선 재추진 촉구 서명에 수십만명이 참여할 만큼 지역주민들의 열망이 크지만, 강북횡단선은 결국 장기간 희망고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강북횡단선은 지난 6월 기재부 예타 결과, 경제성(B/C) 0.57, 종합평가(AHP) 0.364로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기재부는 강북횡단선이 산악 구간을 통과하느라 공사비가 많이 드는 데다 수요는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난다며 경제성 부문을 낮게 평가했다.
시 관계자는 “당시 기재부는 평창동~정릉을 지나는 구간을 두고 ‘거주 지역이 한정적이라 승객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노선의 구간 간격도 일정하지 못해 경제성이 낮다’고 지적했다”며 “시가 자체적으로 평가한 B/C값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예타 탈락 소식에 당시 시는 강북횡단선의 대안 노선을 마련해 사업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 6월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강북횡단선의 대안 노선을 조속히 마련할 것”이라며 “일부 구간이라도 경제성을 최대한 끌어올려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할 수 있게 하겠다”고 예고했다.
지난 달에는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서대문구의회에서 “서울시에서 아직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서울연구원에서 (강북횡단선) 전체 구간을 3개 구간으로 나눠서 사업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시는 좌초 위기에 처한 강북횡단선 사업을 어떻게든 살린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본격 사업 착수 단계인 예타 심사까지도 최소 2년이 넘게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먼저, 시는 도시철도법 제32조의2 제1항에 따라 5년마다 ‘서울시 도시철도 10개년 계획 변경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안에는 강북횡단선의 대안 노선에 대한 변경안도 들어가야한다.
그러나 시 관계자는 “2026년부터 2036년까지에 해당되는 변경안이 내년 상반기에 수립될 예정”이라며 “이후에도 국토부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통상 이 과정에서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 이 관계자는 “이후 예타 심사 전 시 자체적으로 사전타당성조사 용역에 들어가는데, 이 단계도 최소 1년~1년 반의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과정을 모두 통과해야 겨우 예타에 다시 도전해볼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강북횡단선 재추진에 대한 주민들의 열망이 큰 만큼,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 단계를 준비하겠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최근 성북구로부터 ‘강북횡단선 재추진 촉구’ 서명 운동에 참여한 26만명의 시민 성명서를 전달받았다”라며 “오랜기간 교통소외지역에서 머무른 주민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북횡단선은 청량리역에서 정릉, 길음, 홍제, 디지털미디어시티 등을 거쳐 양천구 목동역까지 이어지는 총 25.7㎞ 구간의 경전철 노선으로, 지난 2019년 제2차 서울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되며 추진이 시작됐다.
당시 시는 경제적 논리에 치우친 철도 계획 수립을 극복하기 위한 교통복지 차원으로 강북횡단선 계획을 수립하고, 민간 자본이 아닌 서울시의 재정 사업으로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강북횡단선은 지역 균형발전과 함께 서울의 동북부와 서남북 간 이동을 도로에만 의존해야 하는 시민의 불편을 효과적으로 해소할 노선으로 기대를 받아왔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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