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침체ㆍ중국산 공습 영향
국내 생산 동국제강과 함께 2곳 뿐
수요 늘어나면 점유율 변화 예상
‘가격 하락 방어’에도 힘 실릴 듯
[대한경제=서용원 기자]현대제철이 포항 2공장을 폐쇄한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공급량을 줄여 가격을 끌어올리려는 취지다. 이에 따라 H형강 시장에도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전날 직원들에게 포항 2공장 가동 중단 공문을 전달했다.
포항 2공장은 건설현장에서 주로 활용하는 H형강만 연간 60만t, 나머지 형강류 20만t, 압연 70만t을 생산한다. 인천공장과 함께 H형강 생산 거점이다. 건설경기 침체로 H형강 판매량이 감소하고, 저가의 중국산 철강재 유입으로 압연 매출까지 줄어들자 폐쇄를 결정했다.
폐쇄 결정에 따라 2공장은 물류창고로 활용될 예정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포항에는 별도의 대형 창고가 없는데, 이번 결정으로 2공장 설비를 모두 철거한 후 창고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다른 공장으로 재배치된다.
사실 포항 2공장 폐쇄 논의는 수년 전부터 이어졌다. 철근 생산 거점인 1공장과 4㎞ 이상 떨어져 운영 효율이 낮았고, 설비도 노후화했다. 이런 상황에 최근 H형강 수요가 급감한 것이 폐쇄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H형강 생산량은 164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6만t) 대비 12% 줄었다. 판매량도 116만t으로 지난해(142만t) 대비 18% 이상 감소했다. 수출량은 54만t으로 지난해(43만t)보다 증가했지만, 국내 수요 감소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2공장 폐쇄는 H형강 시장의 판도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H형강을 생산하는 곳은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뿐이다. 연간 총 생산량은 각각 300만t과 130만t 정도인데, 이번 2공장 폐쇄로 시장 점유율에 변동이 생겼다. 아직 수요가 따라주지 못하고 중국산 유입 물량도 있어 당장은 힘들겠지만, 추후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경우 시장 구도의 변화 유력시된다. 중국산 물량은 40만t 정도로 추정된다.
다만, 가격방어에는 어느 정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철골구조에 사용되는 H형강은 추락하고 있는 철근과 달리, 일정 수준의 가격선을 유지하고 있다. 연초 t당 111만원이던 현대제철의 H형강 가격(고시가격)은 부침을 거쳐 지난달 118만원으로 오히려 상승했다. 물론 시세는 이보다 수만원 낮게 형성돼 있지만, 이번 2공장 폐쇄로 가격탄력성을 상당 부분 둔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자인 건설업계는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H형강 가격은 t당 140만∼160만원을 오가며, 철근과 고공행진을 했다”면서, “H형강은 철근과 달리 고층빌딩ㆍ지하터널 등 수요처가 정해져 있는데다, 장수명 주택 등 앞으로 쓰임새가 확대되는 추세여서 향후 건설경기가 회복세로 전환되면 수급난이 발생할지도 모른다”고 경계했다.
서용원 기자 a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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