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열관리’를 주제로 열린 제14회 자산어보 행사에서 김민수 서울대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사진: 강주현 기자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전기차 시대를 맞아 ‘열관리’가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은 14일 서울 코엑스 스타트업 브랜치에서 ‘모빌리티 열관리’를 주제로 제14회 자산어보 행사를 개최하고, 관련 기술 혁신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행사에는 현대자동차, 한온시스템 등 완성차ㆍ부품사와 학계, 연구기관 관계자 130여 명이 참석해 열관리 기술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특히 전기차의 성능과 효율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통합 열관리 시스템’이 주목받았다.
김민수 서울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서울대 김민수 교수는 기조발표를 통해 “배터리는 온도에 매우 민감해 15~35도 범위를 벗어나면 성능과 수명이 급격히 저하된다”며 “실제 영하의 날씨에서는 배터리 용량이 50%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모터 기술력이 많이 올라와 99%의 높은 효율을 자랑하지만, 100㎾ 출력에서도 1㎾의 열이 발생한다”며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증가할수록 단위 부피당 발열량도 늘어나 기존 공랭식이나 수랭식 냉각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고성능 전기차로 갈수록 열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는 점도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해결책으로 통합 열관리 시스템을 제시했다. 그는 “배터리 냉각에 쓰인 냉매를 실내 공조에 재활용하고, 모터에서 발생한 폐열을 난방에 활용하는 등 각 부품의 열을 유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며 “이는 주행거리 향상뿐 아니라 차량의 전반적인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핵심 기술”이라고 밝혔다.
오만주 현대차 연구위원은 “과거 30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 자동차 열관리 기술이 전기차 시대를 맞아 혁신적 변화를 겪고 있다”며 “기존 옵션 개념이었던 열관리가 이제는 필수 요소가 됐고, 관리 범위도 배터리ㆍ모터 등으로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겨울철 히터 가동 등으로 전기차 주행거리가 급감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복사난방 기술을 개발했다”며 “현대차가 개발한 복사난방 기술은 기존 대비 에너지 소비를 17% 저감했다”고 설명했다.
환경 규제 대응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조중원 한자연 열제어기술부문장은 “현재 전기차에 주로 사용되는 4세대 냉매가 분해 시 환경과 인체 등에 유해한 물질을 발생시키며 PFAS(과불화화합물) 규제에 직면했다”며 “EU는 2025년 이후 PFAS 규제를 예고했기 때문에 새로운 냉매 개발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폭스바겐은 이산화탄소(R744)를 냉매로 활용하는 히트펌프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2030년까지 전 전기차 모델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나승식 한자연 원장은 “최적의 모빌리티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열관리 기술의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산업 구성원 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혁신 기술 개발과 실용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서는 한온시스템, 테라온, 와이엠레미 등 3개 기업의 기술 홍보 부스가 운영됐다. 한자연 열제어기술부문의 연구성과와 기술컨설팅도 함께 소개됐다. ‘자동차 산업을 어우르고 보듬다’의 약자인 자산어보는 모빌리티 산업 구성원들의 정기적 네트워크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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