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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마을버스 업계, “외국인 운전기사 NO”...“처우개선 우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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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1-18 15:15:12   폰트크기 변경      
市, 마을버스 ‘외국인 기사’ 도입 고용부 건의

업계, “언어 장벽 어려움 및 운전 미숙 사고 우려”

마을버스 운전기사 임금 실수령액 250만원 수준

“외국인 도입은 미봉책…적자 개선 등 근본 해결 필요”


지난해 서울 시내를 지나는 마을버스에 “마을버스 살리자”라고 쓰인 현수막이 붙어있다. / 사진 : 영등포구 제공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우리도 교포 직원 몇명 있었지만 말 안 통하는데 마을 노인들 상대하고, 미숙한 운전 실력으로 골목길 다니다 사고 내고, 그러다 하루아침에 그만두기 일쑤였어요. 관리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니까.” - 서울시 마을버스 운송사업조합 지부장 A씨.

서울시가 ‘외국인 마을버스 운전기사 도입’을 위한 건의안을 지난달 국무조정실에 제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건의안은 비전문취업(E-9) 비자 발급 대상에 운수업을 포함하는 것과 취업 활동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도 외국인이 방문취업(H-2)이나 재외동포(F-4) 비자 등으로 운전기사로 취업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외국 국적 동포나 결혼 이민자 등에게만 발급되는 탓에 대상이 한정적이다.

이에 비전문취업(E-9) 비자 대상자도 운수업 취업을 가능토록 하고, 미얀마와 캄보디아 등 16개 고용허가제 송출국의 비자문제도 손보자는 게 시의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마을버스 기사 구인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마을버스운송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마을버스 기사 부족 인원은 약 600명으로 이는 적정인원의 17.1%에 달한다. 운전기사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2019년에 21.9%이던 65세 이상 기사 비율은 올해 43.3%로 치솟았다.

그러나 외국인 마을버스 기사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18일 서울시 마을버스운송조합에 가입된 업체 7곳 지부장들의 의견을 들은 결과, 이 가운데 6명의 지부장이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B지부장은 “마을버스 기사들은 대부분 시내버스나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마을의 언덕길이나 좁은 골목길을 다녀 운전이 능숙하지 않으면 사고가 나기 쉽다”라며 “시민 생명과 직결되는 일인만큼 섣부르게 판단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C지부장은 “5년 취업비자로 데려왔다가 자칫 큰 사고라도 나면 누구에게 명확한 책임을 물을 수 있겠냐”라며 “가뜩이나 적자 수익구조로 어려운 회사들이 더 큰 책임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현재 마을버스 사고율은 시내버스에 비해 현저히 높다. 지난 2018년 이후 5년간 버스 대수 대비 연평균 사고율은 마을버스가 16.9%, 시내버스는 9.5%다.

반면, 일단 찬성은 한다고 밝힌 D지부장은 “우리 회사만 봐도 60∼70대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젊은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젊은 외국인들이 오는 건 환영이지만, 어차피 이들을 고용해도 최저임금을 줘야 한다면 현재의 적자 구조를 타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서울 시내를 운행중인 마을버스 내부 / 사진 : 연합 


이날 인터뷰에 응한 마을버스 운송사업조합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외국인 근로자 도입보다 마을버스 운전기사들의 임금과 처우개선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운전기사의 한달 근속일수는 평균 25∼26일에 달한다. 오전조와 오후조로 나눠 근무하는데 각각 8시간, 9시간 반 연속 일하는 구조다. 한달 평균 20∼22일 근무하는 시내버스 운전자들보다 열악하다.

임금에서는 차이가 더욱 극명하다. 임금협정서 기준으로 서울 마을버스 운전기사 월평균 급여는 316만8650원이다. 그러나 지부장들은 “세금과 회사에서 가져가는 돈을 제외하면 기사들 손에 쥐어지는 건 250만원 수준이며 시내버스와 달리 상여금도 전혀 없다”고 전했다. 반면, 서울 시내버스 4호봉 기준 올해 평균 월급은 502만원이다.

서울 마을버스 회사 대부분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탓에 서울시는 올해 455억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이도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해 서울시 마을버스 재정지원 기준이 ‘마을버스 업체가 소유하고 있는 등록 대수당’ 최대 23만원에서 ‘실 운행 대수당’ 지원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C지부장은 “대부분의 마을버스 회사들이 코로나 당시 적자를 메꾸기 위해 받은 대출을 여전히 갚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2023년 마을버스 요금이 1200원으로 인상됐지만, 이도 8년만에 오른 것”이라며 “요금 현실화나 재정지원금 기준 상향, 마을버스 준공영제 도입 등 다양한 자구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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