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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걸맞는 욕실 혁신…건강+휴식 공간으로 바뀌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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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1-25 05:00:41   폰트크기 변경      
[대경 초대석] 욕실문화 선구자 정인환 새턴바스 대표

욕실 문턱 없는 원스톱 시스템 필요
여행지 숙소 고를 때도 1순위 항목
시공→사용자 위주 설계로 바꿀 때
공간 30㎝만 늘려도 혁신구조 가능

1990년 사업…차별화된 하이엔드
욕실ㆍ디자인 연구소도 각각 운영
연매출 3∼5% R&D에 과감히 투자
국내 아파트 최초 모듈러 방식 도입
세계 3대 디자인상 수상 실적도

글로별 디자이너와 다양한 협업
대중탕 소멸시대, 집안에 미니탕
찜질ㆍ스팀사우나 기능 등도 개발
꿈꾸는 장소ㆍ놀이터 구현 목표


정인환 새턴바스 대표는 <대한경제>와 인터뷰에서 “욕실을 30cm만 넓히면 휴식과 꿈이 있는 공간으로 바뀐다”고 강조했다. / 안윤수기자 ays77@

“집 밖에 있던 ‘변소’가 집 안으로 들어온 35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욕실만큼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100세 시대에 걸맞게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정인환 새턴바스 대표(73)는 1990년부터 욕실 사업을 해오면서 대한민국 욕실 문화를 이끌어 온 선구자다. 이 회사 욕조는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나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안다즈 서울 강남’처럼 고급 호텔이나 신축 아파트에서 볼 수 있다.

“네이버 1784 사옥처럼 로봇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침실에서 욕실까지 모든 동선의 턱을 없애야 합니다. 단순히 비싼 변기 하나 설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욕실 전체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하죠. 이제 욕실이 집의 브로슈어(안내책자)가 되는 시대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집을 ‘인간의 첫 번째 우주’로 규정하면서 욕실에 주목했다. 그는 “욕실은 물로 몸과 마음을 씻고 거울을 보며 자아를 인식하고 성찰하는 장소”라고 했다. 정 대표 역시 “꿈꾸는 욕실, 놀이터 같은 욕실”을 주창한다.

▲ “욕실은 인간의 첫 번째 우주”

정 대표를 서울 학동 본사와 경기 포천 공장에서 잇달아 만났다. 새턴바스 포천공장은 연간 12만여개의 욕조생산능력을 갖췄고, 본사 욕실연구소와 디자인연구소는 연매출의 3∼5%를 연구개발(R&D)비로 쓴다. 중견 욕조회사로는 드물게 카림 라시드, 로렌즈+카즈, 벨리니 등 해외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 제품도 내놓고 있다.

정 대표는 수백만원짜리 인덕션과 고급 주방가구로 채워진 주방과 달리, 욕실만큼은 30여년째 제자리걸음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과거에는 안방이 집의 중심이었고, 핵가족 시대에는 거실이 중심이었죠. 최근에는 주방이 집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고령화 시대의 중심은 욕실이 돼야 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이면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20%를 넘어서는 것이다. 정 대표는 이런 인구구조 변화가 욕실 혁신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나이가 들수록 화장실, 욕실에 가는 횟수가 늘어나고 머무는 시간도 길어집니다. 하지만 현재 욕실은 젊고 건강한 1인 위주로 설계돼 있어요. 노인을 돌보거나 아이들과 물놀이를 하기엔 너무 좁죠. ‘자가 돌봄, 재가 임종(在家 臨終)’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인프라입니다.”

정 대표는 욕실에 대한 수요자들의 인식이 이미 바뀌었다고 본다.

“요즘 여행지 숙소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게 뭔지 아세요? 바로 욕실입니다. 큰 욕조나 단독 풀장을 갖춘 숙소가 인기죠. 집에서 누리지 못하는 걸 여행에서라도 즐기고 싶은 거예요.”


정인환 새턴바스 대표./ 안윤수 기자 ays77@


▲ 균일 품질, 하자 차단 ‘모듈러 욕실’
그는 지금의 욕실이 시대적 요구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욕실은 시공 위주로, 건설사의 편의에 맞춰 설계돼 있다”며, “이제는 사용자, 특히 노인과 아이들을 위한 설계로 전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건설현장의 시공인력 부족 현상이 역설적으로 욕실 혁신의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욕실은 아파트에서 공정이 가장 많고 하자도 많은 공간입니다. 타일공 일당이 40만원인데도 구하기 어려워요. 비숙련자가 시공하면 품질은 더 떨어지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가 주목한 것이 ‘모듈러 욕실’이다. 공장에서 박스형 욕실을 완성한 뒤 현장에서는 수도와 배관만 연결하는 방식이다.

실제 새턴바스의 모듈러 욕실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게스트 하우스에 적용됐다. 국내 아파트 최초 모듈러 욕실로, 3시간여 만에 현장설치를 끝냈다.

“지금은 아파트 집집마다 욕실 공간이 미세하게 달라요. 공간에 맞게 욕조와 타일을 자르고 실리콘으로 마감하다보니 사는 동안 곰팡이 등 각종 하자와 씨름해야 합니다. 디자인은 차별화하되, 규격은 통일한 모듈러 욕실은 품질은 균질하고 하자보수 서비스도 용이합니다.”


정인환 새턴바스 대표./ 안윤수 기자 ays77@


▲디자인으로 승부…“30㎝만 키우자”
정 대표는 욕실의 미학도 중요시한다. 새턴바스는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불리는 레드닷,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박사장 집 욕실도 새턴바스 작품이다.

“외환위기 때 영국에서 최고급 욕조 성형기계를 들여왔어요. 위기 속에서도 품질과 디자인을 포기하지 않았죠. 세계적 디자이너들과 협업한 제품들은 최고급 호텔들이 선택했습니다.”

정 대표가 최근 강조하는 것은 욕실 공간의 확장이다. 그는 신축 아파트 설계 단계에서 좌우로 30㎝만 넓혀도 건식과 습식 공간을 분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집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먹고, TV 보고, 자는 것뿐인 생활이 너무 오래 지속됐습니다. 기존 욕실을 가로ㆍ세로 30㎝씩만 키워도 휴식하고 꿈꿀 수 있는 공간이 됩니다. 이것이 혁신의 시작입니다.”

그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일본 등 고령화 선진국에서는 이미 고령친화 욕실이 표준이 돼가고 있다. 공간을 넓히고 손잡이 설치, 미끄럼 방지 설비, 높낮이 조절 가능한 세면대 등이 기본이다.

그는 대중목욕탕이 사라지는 추세에 맞춰 이동식 미니 목욕탕도 개발했다. 찜질과 스팀사우나 기능을 갖춘 5인용 규모다. 새로운 욕실문화의 가능성을 전국에 알리는 중이다.

“인간의 삶은 잘 먹는 것으로 시작해서 잘 내보내는 것으로 끝납니다. 이제는 욕실에 투자해야 할 때입니다. 이것이 건강수명을 늘리고 의료비를 줄이는 길입니다.”

정 대표는 마지막으로 “욕실은 단순한 위생공간이 아닌 삶의 질을 높이는 휴식공간이 되어야 한다”며, “앞으로도 더 나은 욕실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정인환 새턴바스 대표./ 안윤수 기자 ays77@


[새턴바스는? ] 

정인환 대표는 사업 초기 사명을 토성(saturn, 새턴)의 아름다움에서 따올 만큼 욕실의 아름다움을 중시했다. 1990년 욕실 캐비닛으로 시작해 욕조 제조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설비와 디자인에 본격적으로 투자했다. 1기 신도시 아파트에 ABS 수지로 만든 욕실 캐비닛을 납품하면서 기반을 닦았지만, 5∼6년 뒤 경쟁업체들이 우후죽순 등장했기 때문이다. 제품군도 캐비닛에서 욕조, 세면대 등 욕실 전체로 확장했다. 외환위기 직전 영국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욕조 성형 기계를 들여왔다. 2000년에는 경기도 포천에 제2공장을 지으면서 해외 수출까지 꿈꿨다. 욕실 제품은 부피가 크고 무거워 수출이 어렵지만, 미국의 욕실 공장에서 미래를 본 정 대표는 수출에 필요한 시설을 갖춘 공장을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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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부
문수아 기자
moon@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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