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미학’과 ‘생명의 미학’
삶과 죽음의 공존에 관한 고찰 주제
김영옥 작가 개인전 ‘오늘과 내일’ 포스터 / 사진 : 호호재 서울 제공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김영옥 작가의 개인전 ‘오늘과 내일’이 서울 종로구 호호재 서울에서 다음달 6일까지 개최된다.
김영옥 작가의 전시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삶과 죽음의 공존이다. 삶이란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이다. 살아가는 순간마다 조금씩 죽음에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 모순을 나타낸다.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삶,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할 때 오히려 삶의 진정성과 본질을 탐구하게 된다.
‘유물함(Container)’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보여주며 과거(죽은이)의 소장물(유품)을 봉인하는 용기다. 죽은 이를 추모하는 의식, 제의에는 참여자들이 있고 그 의식과 장치들을 통해 그들이 만나는 것은 ‘시원(始原)’이다. 내가 말미암아 나온 바로 되돌아간다는 ‘시원’은 근원 혹은 시작을 의미한다. 삶과 죽음,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의식이며 결국 내가 어디에서 나왔는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사회문화적 기제인 것이다.
Container of Thistle / 사진 : 호호재 서울 |
‘오늘과 내일’ 전시관 1층이 ‘죽음의 미학’으로 인간의 근본적인 소멸이라는 자연의 이치를 인식하고 형상화하고 있다면, 2층은 생태적 존재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상호 보완관계에서 살아가야 하는 ‘생명(생태)의 미학’을 담고 있다. 존재의 상호연결성, 모든 인간이 지닌 생존조건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현재를 충만하게 살도록 독려한다.
식기나 음식 소비 방식은 생태적 책임의 일환이며, 환경과 생태계, 건강을 위해 우리가 자연의 순환 속에 있음을 느끼고 삶의 가치를 재고하게 하고 생태계의 일부로 인식하도록 도와둔다.
Light Play 2024 / 사진 : 호호재 서울 제공 |
‘손으로 만든 솜씨’인 공예, 유독 은이라는 재료에 천착한 김영옥 작가는 전통적인 기법과 가치를 존중하며 실제로 사람들이 사용하고 일상적으로 만질 수 있는 기물들을 주로 제작한다. 은에는 불순물이 거의 없고, 항균효과가 있어 음식 기물로 유용하다.
단조기법으로 흐트러짐 없이 조화를 이루는 완벽한 형태를 지닌 주전자를 제작하고, 여기에 자연의 아주 작은 일부분을 장식적 요소로 삼아 작은 여유로움과 친근함이 느껴지도록 했다.
다도는 자연과 인간, 삶의 조화를 추구하며, 찻잎을 다루고 물을 끓이고 차를 우려내는 과정에서 비인간적 존재와 환경과의 연결됨을 소중히 여기는 생태적 철학을 담고 있다.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은 결국은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찾는 여정이다. 오늘과 내일, 현재와 미래의 공존, 순환, 상호연결성을 되새기고 소중히 여기며 매순간에 생명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의미 있게 살아가려는 노력인 것이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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