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강추위에 인파 쏠려 출근길 대란
서울 지하철까지 내일부터 태업 개시
협상 결렬 시 다음달 총파업도 예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준법투쟁(태업)에 들어간 18일 서울역 1호선에서 시민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오전 8시 20분에 가좌역에서 출발했는데, 언주역에 10시에 도착했어요. 평소 출근 시간의 2배가 걸렸네요.”
직장인 김나래(25)씨는 연신 핸드폰 화면으로 시간을 확인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가좌역에서 지연된 채 출발한 열차는 효창공원앞역에서 앞차와의 간격 조정을 위해 다시 10분간 정차했다.
그는 “원래 출근길로 가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6호선과 4호선으로 거듭 환승했는데, 4호선도 응급환자가 발생했다며 계속 지연됐다”라며 “도착 시간을 가늠도 못 한 채 열차에 갇혀 있으니 너무 마음을 졸였다”라고 토로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준법투쟁(태업)에 돌입한지 이틀째인 19일, 지하철 1호선과 경의중앙선 등 열차 운행이 일부 지연되며 출근길 곳곳에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열차가 수십분씩 지연되며 시민들이 영하권 추위에 떨며 열차를 기다리거나 다른 교통수단 탑승을 위해 이동하는 광경이 연출됐다.
철도노조의 태업으로 오전 5시 첫차부터 오전 10시까지 수도권 전철 열차 653대 중 150여대가 20분 이상 지연 운행됐다. 태업은 정차ㆍ휴게 시간을 엄격히 지키는 쟁의행위로 사실상 열차 배차 간격이 늘어나거나 지연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제1노조인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도 20일부터 단체행동을 개시를 예고하며 수도권 교통대란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노조는 서울시와 사측이 교섭을 거부할 경우 다음달 6일부터는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직장인 김모씨(54)씨는 수인분당선 왕십리역 플랫폼에서 열차에 타지 못한 인파에 떠밀리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그는 “지각도 걱정이었지만, 사람들이 몰리는 게 더 걱정이었다”며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할 수는 있어도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수도권 전철 1ㆍ3ㆍ4호선과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서해선 등을 운행하는 수도권 전동열차 290대 중 5.9%인 17대의 운행이 예정 시각보다 평균 20분가량 지연됐다.
1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 : 안윤수 기자 |
같은 날 오전 10시30분,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인 승무제 도입 철회 등을 촉구했다.
이날 노조는 “서울시는 220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강압하며 무차별적 현장 인력감축, 무책임한 안전 업무 외주화, 무자비한 노조 탄압을 내리꽂고 있다”며 “급기야 위험천만한 1인 승무제 도입에까지 이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노사 간 쟁점은 ‘임금 인상’과 ‘신규 채용’이다. 공사는 정부 지침에 따라 내년 임금 인상률 2.5%를 제시했지만, 노조는 5% 이상 인상과 함께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한 신규 채용 확대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우리의 목표는 열차 중단이 아닌 대화를 통합 해결”이라며 “서울시와 사측에 교섭의 장을 열 것을 마지막으로 촉구하겠지만, 노조의 요구를 끝내 묵살하고 대화조차 거부한다면 12월6일을 기해 전면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로 태업 이틀째인 철도노조도 부족 인력 충원과 기본급 2.5% 정액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노조는 오는 21일 오전 11시 서울역에서 총파업 예고 기자회견을 열어 구체적인 파업 일자와 방식을 밝힐 계획이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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