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반도체산업의 연구개발(R&D) 근로자에 한해 ‘주 52시간제’ 적용을 배제토록 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데 대해 야당이 기존의 ‘특별연장근로제’를 내세우며 반대하고 있지만 이 제도가 현장에선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이용한 사례는 5230건으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국내 5인 이상 사업체의 0.7%에 불과하다. 특히 R&D를 사유로 인가된 사례는 28건에 그쳐 기업에겐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53조 제4항에는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특별연장근로 규정을 두고 있다. ‘특별한 사정’에 대해선 업무량 폭증,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R&D 등 5개 경우를 두고 있지만 요건이 까다롭다.
고용노동부는 홈페이지 설명자료에서 “특별연장근로는 ‘특별한 사정’ 해소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인가 또는 승인한다”라고 적어 이 제도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음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R&D의 경우 1회 인가 기간은 3개월 이내이며 3개월을 초과하는 경우 별도 심사를 거쳐 연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신기술 R&D가 연 단위로 긴 호흡이 필요한 과업이란 점에서 별도 심사는 갈길이 먼 기업 발목을 잡는 악성 규제로 작용한다.
인가시간도 1주 12시간을 넘지 않도록 했는데, 결국 특별연장을 하더라도 1주 64시간을 못 넘는다는 의미다. 주 52시간제 이전에 68시간제가 운영됐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특별’이 ‘과거의 보통’보다도 적은 셈이다.
K반도체는 중국의 맹추격에 쫓기는 데다, 트럼프 2기에선 보조금 등의 축소 내지는 폐지 위험에 처해 있다. 외부 악재가 겹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라도 여야가 합심해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법안을 조기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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