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박찬대 위원장이 2025년도 국회, 국가인권위원회,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소관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한경제=김광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82억원을 전액 삭감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운영위는 이날 오후 국회 본청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2025년도 국회ㆍ국가인권위원회ㆍ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ㆍ대통령경호처 소관 예산안’을 상정해 심사ㆍ의결했다. 야당은 내년도 대통령실 예산에서 특활비 82억51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특활비 집행 내역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전액 삭감을 주장해왔다.
대통령실 특활비를 제외한 국회ㆍ인권위ㆍ대통령경호처 예산안은 정부 원안대로 통과됐지만, 여당은 특활비 전액삭감에 반발해 퇴장했다.
여당 측 간사인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어제 오전 여기 계신 국회의원들의 특활비는 모두 꼭 필요하다던 민주당 의원님들은 오후에는 얼굴을 싹 바꿔서 대통령비서실의 특활비는 전액 삭감했다”며 “대통령실을 아예 멈추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또 “예산안이 지금 운영위 전체회의를 넘어간다고 해도 결국 2025년도 최종 예산안으로 통과될 수 없음은 우리 존경하는 박찬대 위원장님과 위원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시지 않느냐”며 “분풀이 예산, 정부 목조르기 예산 말고 정상적인 예산안으로 다시 만들자. 국민의힘은 이 예산안의 상정을 결단코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 의원 발언이 끝난 뒤 여당 의원들은 전원 퇴장했다. 그러자 야당은 “정부이길 포기한 것”이라며 일제히 비판했다.
양문석 민주당 의원은 “거짓말을 한 뒤 훌쩍 떠나버리고 도대체 이게 집권 여당의 태도냐”며 “이렇게 하니 대통령이 탄핵 논란에 휩싸이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같은 당 고민정 의원도 “정부를 멈추게 하기 위한 예산안이라고 (배 의원이) 말했는데 그게 아니라 정부이길 포기한 것”이라며 “최소한 여당이면 결사항전을 해서라도 단 하나의 예산이라도 보호하고 만들고 협상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게 보통의 정부”라고 꼬집었다.
야당 측 간사인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예산인 대통령실 특수활동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정부 원안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경호처는 어제 예산심사 과정에서 사용처와 사용 목적을 경호처장이 상세히 설명했다. 정부 원안 그대로 반영했다”며 “대통령실 특수활동비는 사용처의 사용 목적 등에 대한 소명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이를 삭감하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부연했다.
대통령실이 특활비 집행 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탓에 국회 예산 심의권이 침해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사법부, 입법부를 다 무시하고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면 심의를 제대로 하겠다고 분명히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퇴장했다. 왕정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게 말이 되냐”고 따져물었다.
민주당 소속 박찬대 운영위원장은 “운영위 심사는 오늘로 종결하지만, 본 심사인 예결위 심사가 있다”며 “대통령실이 입장을 바꿔서 적극적인 소명과 자료 제출을 한다면, 꼭 필요하고 불요불급한 예산에 대해 (국회가 일방적으로) 어찌 삭감하냐”고 대통령실을 향해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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