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 자기자본 비율 20%로 상향
‘사업 안정성 강화’ 긍정적 평가에도
디벨로퍼업계 양극화…시장 위축
내년부터 준공 물량 급감 현실화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 /사진:대한경제 DB |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4일 내놓은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에 업계의 우려가 적지 않다. 개선안의 핵심은 그간 국내 부동산 PF 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꼽혀온 ‘저자본 고보증’ 구조를 뜯어고치겠다는 데 있다. 현재 2~3% 수준인 시행사(디벨로퍼)의 자기자본 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최소 20% 이상으로 끌어올려 사업 안정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장기적으로 PF 사업 안정성을 높여 주택 공급 여건을 개선할 것이란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당장 장의 공급난은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자본이나 사업성이 부족하면 사업 추진 자체가 힘들고, 자기자본 비율 조건을 맞추기 위해 중소 개발업체들로선 소규모 사업장이 아니면 엄두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디벨로퍼 양극화를 불러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부의 개선안 발표 당일 개발ㆍ건설업계에서 나온 대체적인 환영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는 셈이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PF 부실을 줄이기 위한 정부 취지에는 대부분 공감한다”면서도 “개선안이 주택 공급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에 부합할지는 솔직히 의문이 적지 않다”고 비판했다.
사진:대한경제 DB |
실제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 15일 ‘2025년 부동산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부동산 PF 시장 위축에 따라 2022년 이후 착공 실적이 급감한 것이 내년 준공 물량 감소로 이어지며 그 영향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우려했다. 부동산R114에 의하면 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2만7389가구로 올해(17만2638가구)보다 26.2% 줄어든다. 이는 2015년(10만8649가구) 이후 최저치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PF 시장이 안정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불안정한 주택 공급 상황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건설업계도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7일 발표한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시공능력 평가액 상위 10대 건설사 중 9개 건설사의 미수금 항목을 보면 미수금 총액은 약 17조6370억원이다. 지난해 말(16조9336억원)보다 7034억원(4.2%) 늘어난 규모다.
미수금은 공사를 마치거나 약속한 공정률을 달성하고도 발주처에서 받지 못한 대금을 말한다. 건설사로선 미수금이 쌓이면 부도 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경영 사정이 나은 편인 대형 건설사의 미수금도 협력사에 공사비 결제 지연 등 부작용을 낳는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봐도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만 전국에서 1만7262가구로 14개월 연속 늘었다. 신년 사업 계획 수립에 나선 건설사들은 내년 주택 사업을 보수적으로 짜기 시작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회복세가 뚜렷했던 지난 8월 분양에 돌입한 대단지도 지방권에선 미분양이 속출한 상황”이라며 “경기 둔화와 미분양 리스크 등을 고려해 내년 분양도 극도로 보수적으로 수립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