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씨 / 사진 : 연합뉴스 |
[대한경제=임성엽 기자]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진행한 여론조사 비용은 오세훈 시장 선거캠프가 아니라, 지인인 사업가 김모씨가 낸 것으로 나타났다. 오 시장 선거캠프는 여론조사 진행 여부는 물론, 어떤 금전적 거래도 하지 않고, 김씨가 개인적으로 지출했다는 증언이다.
24일 김모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에 대해 “여론조사 비용을 댄 것은 오 후보 캠프와는 아무런 상의 없이 이뤄진 개인적 차원의 일”이라며 “응원하는 마음에서 캠프를 들리기도 했지만, 실제 맡은 일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공표되지 않은) 여론조사를 한 번인가 두 번인가 제가 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우리가 유리하구나, 몇 퍼센트 정도 나오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후보의 조사 결과가 잘 나온 데 대해 명씨가 생색을 냈다면서 “오 후보를 위해 여론조사를 한다면서 비용을 달라고 하고, 어떤 때는 애 학비가 없다며 돈을 달라고 해서 보내달라는 대로 그냥 돈을 보내 준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김씨의 증언은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 선거캠프가 “명태균씨와 여론조사는 공표, 비공표를 떠나 일체 받거나 본적도 없다”고 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종현 서울시 민생특보는 “명태균씨 여론조사와 관련해 오세훈 캠프는 어떤 금전적 거래를 한 적도 없다”며 “오 후보 지인인 김모씨가 명씨와 거래를 했다는 보도는 후보는 물론 선거캠프 관계자 누구도 알지 못하는 내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불거진 의혹의 핵심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안철수 후보 단일화 전후 과정 중 미래한국연구소 실무자 강혜경씨에게 돈을 보냈는지 여부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명태균씨가 실질적 운영자로 알려진 여론조사업체다.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선 비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의 법률대리인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김씨는 보궐선거(4월 7일) 전인 2021년 2월 1일부터 3월 26일까지 총 5회, 3300만원을 강씨에게 줬다.
오 후보는 3월 23일 여론조사 대결에서 안 후보를 꺾고 단일화 후보가 됐다.
김씨가 명태균씨를 만난 시점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소개로 명씨가 오 후보 선거캠프에 찾아오면서부터다.
김씨는 당시 선거캠프에서 맡은 직책은 없었지만 오 후보를 지지하는 마음에서 선거캠프를 방문하고는 했고, 이 과정에서 명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씨는 명태균씨가 선거캠프에 ‘서울시장을 하지 말라. 내가 대통령을 만들어 주겠다’는 말을 해 선거캠프는 수상쩍게 여겠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김씨는 명씨가 동향인 창원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연락했고 명씨로부터 오 후보를 위해 여론조사를 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비공표 여론조사를 명씨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직접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김씨와 오 시장과 인연은 지난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시작됐다. 김씨는 당시 오 시장을 지지한다는 플래카드를 개인 명의로 서울 곳곳에 내걸었고, 이를 본 오 시장 측이 고맙다는 뜻을 전해 인연을 맺게 됐다.
김씨는 아울러 자신은 정치인도, 언론에 보도된 대로 재력가가 아닌, 그냥 사업가일 뿐이라면서 정치권과의 연관설도 일축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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