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해결은 용산(대통령실)이 사활을 건 과제 중 하나다.” 지난 5월 말 만난 국토교통부의 한 국장에게 출산가구에 대한 다소 과다해 보이는 우대책들에 대해 따졌더니 돌아온 답이다. “가계부채, 부동산시장 안정을 넘어선 대한민국의 미래 과제”란 말에 절반쯤 공감했고 “정부가 이전 정부와 차별화된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 중 하나”란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부터 6개월 가량 지난 지금. 그 결실일까? 8월 출생아수(2만98명)는 작년 8월보다 5.9% 늘었고 혼인건수(1만7527건)는 역대 8월 중 최대 증가폭(20%)을 기록했다. 2015년 이후 급락세를 이은 연간 출생아수와 2023년의 충격적 합계출산율(0.72명) 반등을 기약할 수 있게 됐다.
윤석열 정부가 집권 후반기 국정의 핵심과제로 ‘양극화 해소’를 내걸었다. 금지옥엽처럼 여긴 재정건전성 기조에 어긋나는 추경 가능성도 열어놨다. 정부부처마다 대통령 업무보고에 담을 양극화 해소카드 찾기에 분주하다. 국토부도 최근 주택건설단체들과 회의를 가졌는데, 건설업 GDP 기여도를 끌어올릴 아이디어를 집중 문의했다는 후문이다.
건설발 경제위기가 심상치 않아서다. 실제 9월 건설업 취업자수(205만7000명)는 2013년 2월(5.6%) 이후 11년8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4.6%)을 기록했다. 요인은 급감한 건설투자다. 2분기 1.7% 줄었고 3분기 하락폭(-2.8%)이 커졌다. 그 여파로 2분기 국내총생산은 0.2% 추락했고 3분기도 0.1% 반등에 그쳤다.
MB정부의 임기 막바지인 2011년 말의 상황이 교차한다. 그해 12월 건설단체의 CEO연찬회에 참석한 고 장광근 전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은 “건설 개념이 나타난 후 최대 위기”라고 지적했고, 권도엽 당시 국토해양부 장관은 “건설산업 이미지가 너무 안 좋아 건설예산 얘기만 꺼내면 국회의원들이 고개를 젓는다”고 꼬집었다. 이듬해 건설단체 주도의 ‘건설산업 이미지 개선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진행된 배경이다. 12년이 지난 지금, 그 캠페인이 부활했다.
양극화 해소의 주된 대상은 당연히 지방권이다. 올해 연말 국회 예산논의 때 지방 중소기업들이 목을 매고 있는 SOC예산 증액을, 내년 초에는 건설예산 중심의 추경 편성을 최대한 빨리 이끌어내야 한다. 10억원당 11.1명의 일자리 창출로 대표되는 건설투자 효과를 적극 활용해야 침체된 실물경기를 살릴 수 있음을 설득해야 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발 고사 위기의 민간부동산프로젝트의 부활과 SOC 민간투자를 견인할 규제 타파 속도도 배로 끌어올려야 한다.
다만 이 정도론 부족해 보인다. 과거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MB 정부의 4대강 사업이나 노무현 정부의 행정ㆍ혁신도시 개발에 못지않은 새 성장동력을 고용ㆍ경기진작 효과가 압도적인 건설에서 찾아야 한다. 일례로 이번주 선도지구 선정을 앞둔 1기 신도시 재건축만 해도 지방권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별법 적용대상인 노후계획도시는 전국 각지에 산재한다. 지방광역시권의 노후지구 재건축에 대해 서울시가 강북권 살리기를 위해 쏟아붓고 있는 인센티브 수준의 혜택을 집약하고 정비 사업성을 보완할 교통 등 인프라도 쏟아부으면 어떨까?
다만, 단순히 파이만 늘리는 방식은 또다른 양극화 우려만 키울 뿐이다. 주택정책상 출산가구에 대한 특혜 수준의 인센티브를 지방권 중소기업에 부여하는 방향으로 발주제 등 건설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이런 움직임의 핵심 동력이 될 국민적 공감은 이미지 쇄신에 나선 건설단체와 업계가 이끌어내야 한다.
김국진 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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