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비해 사고예방에 ‘역부족’
처벌 중심보다 안전 지원책 중요
[대한경제=박흥순 기자] 올해부터 공사금액 5억원 이상 건설현장에 확대 적용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중소건설업체의 목줄을 옥죄고 있다.
중처법은 현장에서 사망 1명 또는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 2명 등 재해자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강력한 처벌 조항을 담고 있다.
중소건설업체의 경우 대형건설업체보다 근무환경이 열악해 안전사고에 취약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자본력이 부족해 법적인 대응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설상가상 건설사 대표가 직간접적으로 건설현장에 관여하는 탓에 실형이 선고될 경우 폐업을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올 들어 실형선고가 내려지는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2년 1월 중처법 도입 이후 지난달 말까지 총 27건의 1심 판결 중 실형선고가 4건이었는데, 올 들어서만 3차례나 실형이 선고됐다. 반면 이 기간 무죄판결은 1건에 그치며 중소건설업체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사업주의 구속으로 건설사가 문을 닫으면 직원들과 가족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로 내몰리게 된다. 가뜩이나 건설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자의반 타의반 업계를 떠나는 인력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중처법의 영향으로 강제적으로 현장을 떠나야 하는 문제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건설업계는 중처법의 과도한 처벌규정을 완화해 중소건설업체가 사고 예방에 중점을 둘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중대재해예방법’으로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 건의서를 전달했다. 건의서는 중대재해의 기준과 처벌 및 징벌적 손해배상 수준을 완화하는 게 골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는 대형건설업체보다 안전확보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건설업체에서 자주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중대재해 발생 때에도 대형로펌을 선임, 대응하는 대형건설업체와 달리 중소건설업체는 대책이 사실상 전무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예방을 위해 노사가 힘을 합쳐야 하는데, 중처법은 오히려 노사를 편가르는 악법”이라고 덧붙였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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