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건설업체 100곳 중 ‘97곳’ 이상 중소업체 존폐 기로
올 1월 확대 시행된 중처법에 경영책임자 살얼음판 걸어
[대한경제=정석한 기자] 대한민국 건설산업을 든든히 지탱해 온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공공공사 물량 감소,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공사현장 실행률 압박, 중대대해처벌법 확대 시행 등 이슈가 맞물리면서 중소 건설업체들이 심각한 경영 위협에 처했다.
이에 지난달 현재 부도 업체만 2019년 후 가장 많은 10곳(종합 기준)에 달한다. 최근엔 경영 압박을 이기지 못한 한 중소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상황에 놓였다.
25일 대한건설협회 통계에 의하면 2023년 말 현재 국내 종합건설업체 수는 1만7663곳이며, 이중 중소업체는 97.5%인 1만7231곳(중기업 3146곳, 소기업 1만4085곳)에 달한다. 산술적으로 건설업체 100곳 중 97곳 이상이 중소업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들이 건설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크다.
하지만 이들이 처한 건설환경은 녹록치 않다.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PF부실은 1998년 외환위기, 2003년 카드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일련의 위기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다. 주로 중소업체들이 참여한 생활형숙박시설,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 등 부동산 PF 사업은 금융권의 대출 불허, 청약 부진 영향으로 독이 되어 돌아왔다.
코로나19 후 급등한 자재가격와 매년 급등하고 있는 인건비는 건설현장 실행률을 상승시켜 셧다운 위기에 처했다. 아울러 공공공사 물량 확보의 기반이 되는 내년 SOC(사회기반시설) 예산이 25조5000억원으로, 올해 대비 9000억원 대비 쪼그라들었다.
여기에다 올 1월부터 확대 시행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중소업체의 숨통을 막고 있다. 중대재해 예방보다는 처벌에 주안점을 둔 중처법에 경영책임자들은 하루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특히 최근엔 경기도 성남시 소재 한 중소업체의 대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주위의 안카까움을 사고 있다. 발주기관으로부터 확보하지 못한 미수금 스트레스에다, 시공을 담당한 건설현장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젊은 나이(54세)에 생을 마감했다.
건설업계는 중소업체 생존이 없이는 건설산업 미래가 없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소업체의 주 수주 대상인 300억원 미만 공사에서 수익성 확보 방안 마련과 함께, 민간공사에서 표준도급계약서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대표가 실형 선고를 받으면 폐업 위기까지 이어지는 중처법을 사고 예방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석한 기자 job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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