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호윤 기자] 내년 초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주요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 교체기를 맞는다. 상위 매출 30개사 중 절반이 넘는 16개사의 CEO들이 내년 3~4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대부분 안정을 선택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 보령제약, 광동제약, 한독 등 오너경영 기업과 동국제약, 삼진제약, 휴젤 등 전문경영인 체제 기업의 CEO들이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오너경영 기업 중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곳은 셀트리온이다. 서정진 회장은 내년 3월 28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회장직 임기가 끝난다. 2021년 경영 은퇴를 선언했다가 2023년 전격 복귀한 서 회장은 당시 2년 임기의 ‘한시적’ 복귀를 강조했다.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등 굵직한 현안을 마무리하고, 장남 서진석 의장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은 점을 고려하면 명예회장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주력 제품 짐펜트라의 글로벌 확산 등 핵심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상황에서 1~2년 더 현 체제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보령제약의 오너 3세 김정균 대표이사는 내년 3월 25일 사내이사 임기가 끝난다. 창업주 김승호 명예회장의 외손자이자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의 장남인 김 대표는 이사회 의장직도 맡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성장한 7601억9200만원을 기록, 사상 첫 매출 1조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김정균 대표의 연임이 유력시된다.
광동제약 최성원 회장, 한독 김영진 회장도 각각 내년 3월 25일, 3월 24일에 임기가 만료된다. 지난해 말 회장으로 승진한 최성원 회장은 재선임을 통해 오너 2세 경영 체제를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독 김영진 회장은 대표이사 취임 후 30년 가까이 경영을 이끌고 있으며, 2세인 김동한 전무가 1984년생으로 젊어 당분간 현 체제가 유지될 전망이다.
전문경영인들의 거취도 주목된다. 송준호 동국제약 대표, 최용주 삼진제약 대표, 송수영·윤상배 휴온스 공동대표, 장두현 보령 대표 등은 내년 3월 25일 임기가 만료된다. 차바이오텍 오상훈 대표는 3월 29일, 휴젤 한선호·문형진 대표집행임원은 8월 9일이 임기 종료일이다.
전문경영인들이 이끄는 기업들은 대부분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다. 동국제약은 마데카솔 등 주력 제품의 해외 진출 확대로, 휴온스는 의약품 수출 증가와 미용 성형 시장 성장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급격한 리더십 교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내년 미국 대선에 따른 제약산업 환경 변화,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가속화 등 대내외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전문경영인 중심으로 교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의료계 파업 여파로 인한 내수 위축과 해외진출 확대 필요성 등으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의정갈등 여파로 내수가 위축되고 해외진출, 오픈이노베이션 등 요구가 커지면서 경영진들은 내실을 다지면서 외형을 확장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며 “임기가 만료되는 CEO 대부분이 최대주주거나 오너 2~3세인 만큼 재선임이 유력하지만,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쇄신 차원에서 리더십 교체가 부분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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