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호윤 기자]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형제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모녀의 계열사 운영 방식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쟁점은 계열사 온라인팜의 480억원 규모 임대차계약의 적절성 여부다.
25일 형제 측은 참고자료를 통해 “임주현 부회장은 계열사 온라인팜 대표이사에게 지시해 가로수길 소재 예화랑 건물에 대해 임대차보증금 48억원, 월세 4억, 임대차기간 20년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하고, 48억원을 선입금하게 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왼쪽부터)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와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 사진: 김호윤 기자. |
그러면서 “아직 준공도 되지 않은 건물 임차를 위해 계약 체결 후 닷새 만에 48억원을 선입금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온라인팜은 온라인 판매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는 도매 회사로 이같은 규모의 건물을 임차할 필요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이번 계약이 회사의 이익에 반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제기하는 핵심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온라인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는 도매회사가 이 정도 규모의 건물을 임차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둘째, 20년간 약 1000억원에 달하는 현금 지출이 예상되는 중대한 의사결정을 이사회 결의 없이 진행했다는 점이다. 셋째, 준공 전 건물에 대한 성급한 계약 체결과 자금 집행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형제 측은 “모녀 측이 문화계 영향력을 확대할 의도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개인 권력 강화와 사익 추구를 위해 회사 자금을 유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녀 측이 예화랑 소유주 김방은을 통해 문화계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의혹도 제시했다.
예화랑은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기간 불법 선거사무소를 운영한 장소라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김방은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이끄는 미래회 출신으로 임 부회장도 앞서 미래회에서 활동한 적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형제 측은 한미그룹에 핵심 거버넌스 기구를 신설, 이사회 중심의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도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주주가치제고위원회,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위원회, 임원평가위원회, 사외이사후보위원회 등을 설립하겠다고 설명했다.
형제 측은 모녀 측과 개인 최대 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자 연합에 대해 “단기이익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사외이사 비율을 현행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고, 사내이사 중심의 이사회 구성 시도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현재 한미약품그룹은 지주사 경영권을 가진 형제 측과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주장하며 지주사 이사회 재편을 요구하는 3인 연합이 그룹 전체 경영권 향방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형제 측과 3인 연합은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 정원 확대와 신규 이사 선임 등 사안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인다. 내달 19일에는 박재현 대표를 해임하는 안건 등을 다루는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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