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동행 자율주행 버스 실물 모습. / 사진 : 서울시 제공 |
[대한경제=임성엽 기자] 이른 새벽 시민들의 ‘발’이 될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가 26일 오전 3시40분 첫선을 보였다.
이날 운행을 시작한 A160번 버스는 일반 160번 버스와 노선이 유사하다. 도봉산차고지를 시작으로 쌍문동, 미아삼거리, 공덕, 종로, 여의도를 거쳐 영등포까지 왕복 50㎞ 구간을 달린다. 노선은 강북지역에서 도심지로 출근하는 새벽 노동자들의 출근 편의와 승객 수요를 고려해 정했다. 버스는 짧은 구간에 차로를 많이 바꿔야 하는 지역이나 스쿨존 등 특수한 경우 외엔 순수 자율주행으로 운행한다.
이날 새벽 일반버스가 운행을 시작하기 전이었지만, 환경미화원이나 경비 업무에 종사하는 어르신들이 자율주행버스에 몸을 실었다.
자율주행버스는 시내버스에는 없는 ‘남은 좌석 숫자’ 표시판이 있다. 자율주행 차량은 안전문제로 승객이 서서 가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버스 내부에서는 “차량이 곧 출발하오니 안전벨트를 매달라”는 안내방송이 반복됐다. 자율주행버스는 특성상 급제동이 있을 수 있어 의무적으로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한다.
일부 자율주행 여부를 모르고 탔던 승객들은 첫차 시간이 앞당겨져 새벽 출근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기존 일반버스 160번은 새벽 3시56분에 두 대가 동시 출발했는데 새벽 노동자 탑승이 많아 늘 만차로 운행해 왔다. 버스에 타려고 밀치고 들어가는 일도 다반사고, 차에서 자리를 차지하려고 싸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새벽 노동자 출근 편의를 고민하던 오세훈 시장은 직접 새벽동행 자율주행버스 운행 아이디어를 냈다.
환경미화일을 하러 쌍문동 집에서 서울 청담동으로 출근하는 김영이 씨는 “출근할 때 버스만 네 번을 갈아타고 가는데 대부분 입석일 정도로 사람이 많다”며 “자율주행인 줄도 모르고 160번이길래 버스를 탔는데 오늘 앉아 가서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160번 첫차 시간이 앞당겨져 좀 더 여유롭게 일할 수 있게 돼 환경미화일을 하는 동료 여사들에게 자랑하겠다고 전했다.
같은 시간 6년을 서서 출근해 왔다는 배모씨도 “새벽에 앉아서 출근한다는 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A160 노선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상계동에서 고속터미널, 가산∼서울역, 은평∼양재를 연결하는 3개 노선을 새벽동행버스 노선으로 운행할 계획이다.
최종선 서울시 자율주행팀장은 “지금은 무료로 자율주행버스를 운행하고 내년 하반기쯤 안전성이 확보됐다고 판단하면 기존 버스요금 수준으로 유료화를 검토할 계획”이라며 “자율주행버스가 보편화되고 운전석에 사람이 없는 수준까지 간다면 현재 버스업계에서 겪는 기사 수급이나 인력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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