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실수요 대출 한도까지 축소
시장 반등 한계…주택 거래량 꺾여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숨통
![]() |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 |
[대한경제=이종무 기자] 최근 잠잠해지는 수도권 주택 시장에 ‘유동성’이란 변수가 등장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인하하며 3%까지 낮아진 데 이어, 내수 침체 등 경기 둔화 타개를 위해 당장 내년 초부터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금리 인하 소식에 수익형 부동산 시장은 들썩이고 있다. 이미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은 3개월 연속 상승세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연 3.25%였던 기준금리를 연 3%로 0.25%p 낮췄다. 지난 10월에 이은 두 차례 연속 인하다. 여기에 우리나라 경기와 성장 전망이 어둡다고 판단하면서 내년 1월부터 추가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주택 시장에선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져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거래가 줄고 가격 상승세가 둔화하기 시작한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의하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9월에 이어 10월에도 3000건대에 머물렀다. 이날 기준 올해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3699건이다. 올 5~8월 매달 5000~9000건에 달했던 거래량과 비교하면 시장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고요한 셈이다.
서울 매맷값 상승률 역시 10월 둘째 주(0.11%) 이후 지난달 넷째 주(지난달 25일)까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국 아파트 매맷값은 확연하게 꺾인 상황이다. 전주 대비 0.02% 떨어지며 한 주 전(0.01%) 27주 만에 하락 전환한 이래 낙폭이 더 커진 것이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한 관계자는 “내년에는 분양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 남은 연말 분양 단지는 이례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다시금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금리 인하만으로 주택 시장에 큰 변화는 주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정부가 가계부채 축소를 위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로 대출 한도를 낮춘 데다, 민간 시중은행은 사실상 주택 수,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등에 따른 가수요 대출을 원천 차단하면서 자금 여력이 크게 줄어들면서다.
부동산R114는 이번 금리 인하로 주택 시장이 활성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윤지해 부동산R14 수석연구원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2년간 부동산 시장이 약세를 보였던 주원인이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 충격파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시장에서는 호재성 이슈로 볼 수 있다”면서도 “급격한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본격적인 금리 인하가 시작된 것만으로 부동산 투자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자금 대출인 디딤돌대출에 방공제 적용 등으로 서민 실수요 대출까지 한도를 수천만원 가량 축소하면서 진성 실수요자도 대출 규제 환경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여신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도권 주택가격이 약보합을 보이고 거래량이 크게 꺾이자 부동산 시장 불안보다 경기 둔화 우려에 방점을 찍어 금리를 인하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겨울 계절적 비수기에 금융권 여신 태도도 보수적일 전망이어서 두 차례 걸친 금리 인하에도 주택 거래 시장에선 당분간 숨 고르기와 수요자 관망이 계속되고 가격 흐름도 보합이나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 인하가 오피스텔, 생활 숙박시설(레지던스), 지식산업센터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는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들은 소액으로도 접근하기 쉬운 데다 최근에는 정부의 규제 완화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존 전용 면적 120㎡를 초과하는 오피스텔은 바닥 난방을 못하도록 한 규제를 폐지하고, 레지던스는 복도 폭ㆍ주차장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금리 인하 추세에 규제 완화 등이 맞물리며 서울 오피스텔 매맷값은 최근 들어오름세다. 지난 8월 전달 대비 0.03% 올라 2년 만에 반등한 뒤 3개월째 상승세다. 지난달에는 전용 40~60㎡ 중소형 오피스텔 매매값이 전달보다 0.06% 뛰기도 했다.
지식산업센터 시장도 꿈틀대는 모양새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전문 업체 알스퀘어의 알스퀘어 애널리틱스(R.A)가 최근 내놓은 ‘3분기 지식산업센터 매매 지표’를 보면 서울 지식산업센터 매매지수(ROSI)는 209p를 기록했다. 이는 전분기보다 3.1% 상승한 숫자다. 서울 지식산업센터 거래금액도 3분기 1975억원으로 같은 기간(1036억원) 90.6%나 폭증했다. 3분기까지 올 누적 거래액은 이미 지난해 연간 거래액을 넘어섰다.
금리 인하가 서울 지식산업센터 시장 회복의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류강민 R.A 리서치센터장은 “금리 인하가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으며 서울 지식산업센터 시장이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고 있다”면서 “다만 높은 공실률과 공급 과잉이라는 근본적 문제는 남아 있는 만큼, 지금의 반등이 지속 상승세로 이어질지는 시장 환경 개선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