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계풍 기자] 국내 1위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위기에 배팅한다. 적자 경영 속에도 글로벌 수출 전진기지인 미국에서 자체 공장을 늘려 ‘포스트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대비하는 동시에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등 글로벌 최고 수준의 생산력과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투자를 늘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자동차 제조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을 세워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건설 중인 얼티엄셀즈 3공장과 관련해, GM 지분의 매입을 검토 중이라고 3일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북미 공장의 투자ㆍ운영 효율화, 가동률 극대화 등을 위해 얼티엄셀즈 3공장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얼티엄셀즈 3공장은 총 26억달러(약 3조6000억원)가 투입되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다. 이 공장은 당초 올 하반기 준공 후 내년 초 1단계 양산을 시작해 연 생산 규모를 50GWh(기가와트시)까지 늘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캐즘 장기화로 주요 전기차 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자 지난 7월 건설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기대보다는 우려하는 분위기다. 캐즘 이후 도래할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전기차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다음 달 출범을 앞두고 있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폐지ㆍ축소를 우려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IRA 정책을 두고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폐기 및 축소의 필요성을 줄곧 강조해왔다. 최근에는 미국 현지에 투자하는 해외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대신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투자를 강제하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단독 공장 2곳과 합장공장 6곳을 가동ㆍ건설하고자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해 온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선 치명적인 악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4483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상의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4460억원을 빼면 177억원의 영업손실이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GM과 ‘각형 배터리 및 핵심 재료 공동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14년 동안 이어진 굳건한 파트너십의 또 다른 결실”이라며 “이번 협약을 통해 개발되는 각형 배터리는 향후 GM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각형 배터리 개발 계획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LG에너지솔루션은 전 세계 배터리 업체 중 파우치형, 원통형, 각형 등 모든 배터리 폼팩터를 포트폴리오로 갖춘 유일한 기업이 됐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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