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가 일본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 3종./사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BYD Auto Japan Inc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BYD가 일본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내년 초로 예정된 한국 시장 진출에서도 비슷한 도전과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3일 발표한 ‘BYD 일본시장 현황과 국내 업계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올 1∼9월 BYD의 일본 시장 판매량이 1742대에 그쳤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6% 증가했지만, 애초 목표했던 연간 3만대 판매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또 내년까지 일본 전역에 판매점 100개소 이상을 확보한다는 구상이지만, 올 10월까지 구축한 공식 매장은 33개소에 불과하다.
현재 BYD는 일본에서 총 3개 차종을 판매 중이다. 전기 스포츠실용차(SUV)인 아토 3(시작가격 450만엔ㆍ약 4200만원)을 시작으로 해치백 돌핀(363만엔ㆍ약 3400만원), 전기세단 씰(528만엔ㆍ약 4900만원)을 차례대로 출시했다. 3종 모두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했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아토 3가 470㎞, 돌핀이 476㎞, 씰은 640㎞다.
BYD가 일본 시장에서 부진한 주요 원인으로는 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이 지목된다. 지난해 일본 승용차 시장에서 해외 브랜드 점유율은 6%에 불과했다. 일본 친환경차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HEV)가 워낙 강세인 탓에 전기차 판매 비중이 2.2%에 그친 점도 부진의 원인이다.
특히 올 4월 일본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개편하면서 BYD의 판매 실적은 더욱 부진해졌다. ‘아토3’와 ‘돌핀’ 모델의 보조금이 기존 85만엔(약 795만원), 65만엔(약 608만원)에서 각각 35만엔(약 327만원)으로 축소됐다. 최근 출시된 SEAL은 45만엔(약 420만원)을 지원받는다.
BYD의 일본 시장 부진은 한국 시장 진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역시 자국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80% 이상으로 높고, 수입차 판매는 일부 브랜드에 집중되는 특징을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인 편이다. 신차 구매 시 가격과 브랜드 이미지 등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성향도 BYD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난 9월 한국에서 수입 전기차 월간 판매량이 2753대로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도 변수다. 정부는 올해부터 차종별 전기차 보조금 책정에 배터리 에너지밀도와 재활용가치 등을 평가 항목으로 추가했다. BYD가 주로 사용하는 LFP 배터리는 국산 전기차에 주로 탑재되는 니켈ㆍ코발트ㆍ망간(NCM) 배터리보다 에너지밀도가 낮고, 자원순환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보조금 확보에 불리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BYD는 비교적 높은 브랜드 인지율(31%)을 바탕으로 젊은 소비층과 법인 대량 구매 시장(플릿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 렌터카 업체나 기업 업무용 차량, 카셰어링 서비스 등 차량을 다수 구매하는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 BYD를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5%에 불과한 중견 자동차 3사(한국GMㆍ르노코리아ㆍKG모빌리티)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BYD는 연구개발(R&D) 인력만 10만명이 넘는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다. 지난해엔 세계 시장에서 전년보다 62% 급증한 302만대의 자동차를 팔아 글로벌 판매순위 ‘톱 10’에 처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내년 초 승용차 브랜드의 국내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이미 서울 강서구에 1호 전시장과 영등포구에 1호 서비스센터 오픈을 준비 중이며, 내년부터 매년 1종 이상의 신형 전기차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KAMA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업체의 국내 진출은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신차 시장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라며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내수 시장 활성화와 장기적인 R&D 투자 확대 등 전기차 산업 경쟁력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