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SSG닷컴 제공 |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신세계그룹이 이커머스 살리기 작전에 돌입한다. 이마트의 자회사로 분류된 SSG닷컴, G마켓 등 이커머스 채널이 적자를 탈출해야만 수익성을 개선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로 외형 성장과 흑자 전환까지 동시에 노린다는 구상이지만, 조삼모사 격이거나 속도를 내지 못해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SG닷컴은 거래액 키우기에 나섰다. 거래액은 이커머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2021년 쿠팡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때 거래액의 2.3배가량을 인정받으면서 중요성이 커졌다.
SSG닷컴은 신세계그룹을 활용해 거래액을 키우겠단 전략을 펼친다. 우선 그룹과 CJ대한통운의 물류 연합을 활용해 새벽배송 권역을 충청권으로 확대한다. 대전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평택시 등 400만 가구가 대상이다. 이후 새벽배송 권역을 추가 확대할 방침이다. SSG닷컴의 자체 물류 투자를 중단한 상태에서 중점 육성 중인 ‘온라인 장보기’ 사업을 강화하는데 전국 700여 개에 달하는 CJ대한통운의 물류망이 도움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G마켓의 오픈마켓 상품을 SSG닷컴에 연계하면서 상품 구색도 확대한다. 거래액을 키우려면 고객 유입이 늘어야 하는데, 이는 취급하는 상품 수가 좌우하기 때문이다. 자체적으로 오픈마켓 사업을 확대하기보다는 같은 이마트 자회사인 G마켓의 힘을 빌려보겠다는 구상이다. G마켓에 입점한 오픈마켓 판매자 상품을 내년 1월부터는 SSG닷컴에서도 노출된다. SSG닷컴에서 이뤄진 거래의 매출은 SSG닷컴 실적으로 분류된다.
G마켓과 W컨셉도 사업 확장에 안간힘이다. G마켓은 CJ대한통운을 통해 익일 배송을 보장하는 ‘스타배송’을 지난 9월 말 시작했다. 쿠팡의 ‘로켓배송’에 대항하겠다는 전략이다. G마켓에 입점한 판매자가 스타배송을 이용하려면 물류센터에 상품을 보관하는 비용이 드는데, 신규 판매자에게 3개월간 무조건 무료로 제공한다. W컨셉은 주력 상품군인 패션 외에 뷰티분야로 확장하고자 최근 유명 인플루언서가 출시한 브랜드를 단독으로 선보였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그룹의 이커머스 전략이 단기적으로 매출을 확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성공 모델이 되긴 어렵다고 본다. 많은 상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이커머스 필승 공식을 위해서 쿠팡처럼 자체 투자를 하지 않고, 네이버처럼 연합 전선을 넓게 펼치지도 못한 채 그룹 내 협업에만 국한돼 있어서다. 앞서 SSG닷컴의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G마켓에 연동했지만, 성과로 이어지진 못했다. 올해(1∼3분기 누적) SSG닷컴과 G마켓 순매출은 각각 1조1991억원, 7335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16.4%씩 줄었다.
W컨셉은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후 패션 플랫폼의 정체성을 발전시키지 못하면서 도태되고 있다. W컨셉 매출은 3분기까지 800억원대에 머물면서 지난해(987억원) 대비 19% 감소했다. 패션업황의 부진 탓만으로 보긴 어렵다. 무신사의 29CM은 올해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무신사는 2021년 W컨셉 인수전에서 SSG닷컴과 맞붙었다가 29CM으로 눈을 돌린 후 패션 브랜드와 접점을 넓히고 리빙 등 카테고리도 확장해왔다. W컨셉은 올해 신세계그룹의 수시 인사에서 이주철 G마켓 전략사업본부장이 대표를 겸하게 됐다. 오픈마켓인 G마켓과 패션 플랫폼인 W컨셉은 운영 방식이 다른 점을 고려하지 않은 인사의 결과가 실적으로 나타난 셈이다. 이에 대해 W컨셉은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직매입과 효율화 작업 중인 PB 매출이 줄어들면서 반기 매출이 감소한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마트, 슈퍼 사업에 온라인을 더하면 바잉 파워(구매력)이 커지고, 물류 효율이 생기는 오프라인식 접근법”이라며 “거래액을 키우려고 할인 쿠폰을 계속 적용하는데, 상품 가격이 내려가면 쿠팡에서도 최저가가 조정되기 때문에 매출, 수익 모두 손해를 보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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