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눈치보기’ 비판
[대한경제=임성엽 기자] 행정안전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가 ‘재난문자방송’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사실상 대통령실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4일 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재난문자가 발송되지 않았다. 행안부가 이날 발송한 재난문자는 오전 6시8분에 발송한 ‘기온하강으로 도로결빙이 우려되므로 출퇴근 시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는 한 건이었다.
비상계엄과 관련해 문자를 보낸 공공기관은 충청남도교육청이 유일했다. 충남교육청은 4일 오전 7시14분 ‘학교는 정상 등교해 모든 학사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한다’는 내용의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행안부가 재난문자를 발송하지 않은 이유는 44년만의 비상계엄령 선포가 재난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규모 사회재난 상황정보나 △국가 비상사태 △기상특보 관련 자연재난 △민방공 경보 때 재난문자를 발송하는데, 계엄령 선포는 재난문자 발송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안부의 설명은 스스로 만든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행안부 예규인 재난문자방송 기준에는 정부중요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시 ○○정부청사 ○○사고 발생. 인근 주민과 주변 도로 이용자 등은 안전사고 발생에 유의 바라며 이 지역을 지나는 차량은 우회 바랍니다” 등의 표준문안대로 재난문자를 발송해야 한다.
국방부의 ‘국가중요시설 지정 및 방호훈령’에 따르면 국회의사당과 정부 서울, 과천, 세종, 대전청사는 최상위 등급인 ‘가급’ 중요시설이다. 3일 발생한 비상계엄 선포로 무장한 군인들이 창문을 깨고 국회의사당과 본청 내부 진입을 시도했다. 국회의원들이 담을 넘어 들어가기도 했다. 정부세종청사 중앙동도 폐쇄돼 공무원 출입이 막히기도 했다.
행안부의 설명대로라면 계엄군이 진입하는 상황이 정부중요시설에서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이 규정 1조를 보면 재난문자방송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사람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에 대한 피해가 예상되면 그 피해를 예방하거나 줄이기 위해 기간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에게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 도심에 헬기와 장갑차가 진입하는 상황은 생명, 신체에 대한 피해가 충분히 예상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행안부의 이런 소극적 태도에 대해 사실상 대통령실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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