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에 정국 불안까지 겹쳐
실수요자 물론 투자 심리도 주춤
“재개발ㆍ재건축 불확실성 커져”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인왕산에서 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 |
[대한경제=이종무 기자] 부동산 시장이 6시간 만에 일단락된 ‘비상 계엄’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내각 총 사퇴에 따른 정책 컨트롤타워 부재와 조기 탄핵 표결로 시장의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정국 불안으로 시장에 불확실성이 크게 커졌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4일 부동산 시장이 ‘시계 제로’ 상태에 놓이면서 수요자들이 매수를 미루고 관망할 가능성이 확대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도 활황세였던 부동산 시장은 그간 급격한 집값 상승과 금융권의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빠르게 냉각됐다. 여기에 정국 불안까지 겹치면서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까지 관망으로 돌아서게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보통 부동산 시장은 외환 위기나 금융 위기급 경기 충격이나 코로나19 팬데믹급 재난, 부동산 실명제 같은 변수 정도의 파장으로 영향을 받는데, 비상 계엄이 현재로서는 그런 이슈는 아닌 걸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비상 계엄이 국가 전체 이슈이기 때문에 모든 경제 구성 요소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성을 갖고 더 커지게 되면 그때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도 “비상 계엄으로 시장에 변수가 생긴 건 맞지만, 당장 집값이나 시장 방향에 큰 변화가 올 사안은 아니다”라며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정부가 교체되더라도 그 뒤에 나타날 일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박 교수는 앞으로 부동산 정책 측면에서 여러 변수가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탄핵 가능성이 커지면 정권 교체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 대출 규제 등에 변화가 있을 수 있어서다. 박 교수는 “윤 정부 들어 집중적으로 규제 완화 대상이 됐던 종합부동세와 대출 등 부동산 관련 정책이 지속가능할 것인지 시장의 우려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도 “해프닝에 가까운 사건이어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향후 정치 일정 변화에 불확실성이 있어 투자 심리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전 자산 선호 현상으로 부동산이 좋은 면도 고려해야 하고, 민주당 집권 가능성이 높아 다시금 ‘똘똘한 한 채’로 자본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통화 정책에도 변수가 추가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 2기가 물가와 금리 상승을 촉발하는 리스크를 내포하면서 금리 인하 등 미국발 통화 정책 변화가 느려질 수 있다”며 “여기에 한국은행은 가계 부채와 비상 계엄 이후 정국에 따른 경제 불안으로 정책에 과감한 운신의 폭이 좁아져 고금리 상황이 유지되면 부동산 시장에도 관망세가 짙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 정부의 내각 일괄 사표로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 사업에는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진단도 나왔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대표는 “이미 정비 시장에선 1기 신도시 선도지구가 목표대로 추진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있어 왔다”면서 “내각이 다시 구성되고 시간이 지나면 끝까지 책임질 인물도 사라져 어영부영하다가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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