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사태는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크게 훼손하는 악재였다. 당장 4일 오전 ‘컨트리 리스크(country risk)’에 민감한 금융시장부터 출렁였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97% 떨어진 2450.76으로 출발한 뒤 겨우 낙폭을 줄였다. 외국인 순매도가 하락장을 주도했다. 원ㆍ달러 환율(NDF)도 계엄령 선포 후 2022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1444원까지 치솟았다가 내려왔다. 다행히 실물경제에는 여파가 덜하다. 계엄령에 따른 야간 통행금지 등이 없었기에 유통·물류 산업은 평소대로 움직였다. 항만과 해운도 밤새 정상적으로 운영돼 수출에 차질이 없었다고 한다.
당국의 발빠른 대응도 사태 수습에 기여했다. 최상목 부총리가 4일 오전 7시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금융·외환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필요시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였다. 뒤이어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갖고 10조원 규모의 증안펀드 등으로 증시 및 채권시장 안정에 힘쓰겠다고 밝혀 보조를 맞췄다.
일부 외신들은 이번 사태를 보도하면서 ‘셀프 쿠데타’, ‘처절한 도박’이란 자극적 표현을 써가며 한국 정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전 세계에 타전했다. 한국 민주주의 수준과 국가신인도에 대한 평가절하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당국은 계엄 조기 종식을 이끈 우리 국민 역량도 적극 홍보하는 등 상쇄 조치가 요구된다.
정치가 불안할수록 국민ㆍ기업ㆍ정부 등 경제주체들은 생업과 경영활동에 충실하며 국가경제의 중심을 잡아나가야 한다. 장ㆍ차관들은 이번 소동 때문에 취소했던 대외 일정도 조속히 재개해 평상 회복에 힘써야 한다.
다만 ‘윤석열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한 민주노총 등 강성 노조들 움직임이 우려스럽다. 지금처럼 국가위기 상황에서 민생안정과 국가신인도를 해칠 수 있는 파업은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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