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공석’에 탄핵 심리 부담
野 정계선ㆍ마은혁 2명 추천
가결시 재판권 임명권도 논란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 위기로 몰아넣으면서 실제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면 어떤 결론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제출하는 야6당/ 사진: 연합뉴스 |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오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헌재로 공이 넘어가면 탄핵 사유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위법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된다. 일단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헌법상 요건에 어긋나는 위헌ㆍ위법행위로, 명백한 탄핵 사유라는 의견이 많다.
만약 ‘계엄 상황이 불과 몇 시간 동안 해프닝에 불과했다’고 본다면 탄핵이 기각될 수도 있지만, 헌법상 요건에 맞지 않는 계엄 선포를 시도했다는 자체가 중대한 위법행위로 받아들여진다면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도 있다.
헌재가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면 윤 대통령은 파면되고, 이후 60일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문제는 헌재가 지금 ‘6인 헌법재판관’ 체제라는 점이다. 6인 재판관 체제에서는 단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탄핵 인용이 불가능해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헌재가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려면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헌재는 지난 10월 이종석 헌재소장을 비롯해 이영진ㆍ김기영 재판관 등 국회 선출 몫인 재판관 3명이 임기 만료로 퇴임한 이후 재판관 공백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여야가 국회 선출 몫 재판관 3명에 대한 추천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면서 후임 인선이 미뤄졌다.
특히 ‘강성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정형식 재판관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된다. 정 재판관은 윤 대통령이 지명ㆍ임명했고, 차기 헌재소장 유력 후보로도 거론된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A변호사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에는 보수 성향으로 분류됐던 재판관들이 국론 분열을 우려해 모두 탄핵에 찬성하면서 만장일치로 탄핵 인용 결정이 나왔지만, 지금은 재판관 6명 전원 찬성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국회 선출 몫 재판관 인선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부랴부랴 전날 정계선 서울서부지법원장과 마은혁 서부지법 부장판사를 재판관 후보로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모두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B 전 재판관은 “인사청문 과정에서 정치적 편향성이나 ‘코드 인사’ 논란이 일 수도 있지만, 국회 선출 몫 재판관은 어차피 추천 정당과 코드가 맞는 인물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아직 누구를 추천할지도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국회 선출 몫인 재판관은 인사청문 절차와 본회의 표결까지 거쳐야 임명 가능하다. 인사청문 절차를 맡을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도 별도로 꾸려야 한다.
이와 함께 대통령의 재판관 임명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된다. 일단 국회 선출 몫이나 대법원장 지명 몫인 재판관의 경우 실제 인사권은 국회나 대법원장에게 있고, 대통령의 임명권은 형식적이라고 볼 수 있어 ‘현상 유지’ 차원에서 대통령 권한대행도 임명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이선애 전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인 2017년 3월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의 지명에 따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ㆍ임명한 문형배ㆍ이미선 재판관이 내년 4월 퇴임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사건 심리가 늦어져 이들 두 재판관 퇴임 전까지 탄핵심판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대통령 직무 정지 상태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대신 재판관 지명권까지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은 그야말로 ‘현상 유지’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현행법상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를 받은 뒤 180일 이내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이는 훈시규정이어서 실제 심리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63일,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은 91일 걸렸다.
C 전 재판관은 “국가 유지를 위해 하루빨리 국회가 재판관 3명을 선출하고, 대통령이 직무 정지 상태라면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해 헌정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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