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경제 전망 유지”…계엄사태가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한국은행 제공. |
[대한경제=김봉정ㆍ김현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일 최근 비상 계엄사태와 탄핵 정국 우려 등에 따른 경제 영향은 아직까지 제한적이라고 판단, 성장률과 금리 경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단기적인 금융시장 변동이 있었지만 새로운 충격이 없는 한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경제 성장률 전망을 바꿀 요인이 없기 때문에 금리 흐름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발표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2.2%와 내년 1.9%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유동성 공급 등 여러 안정장치를 충분히 발표해 시장을 안정시키고 있다며 다시금 변동성이 크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경제 전망을 바꿀 최대 요인으로는 여전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정부 경제정책’으로 꼽았다.
이 총재는 “오는 2월에 경제 전망을 할 때 새로운 데이터가 나오면 그때 경제전망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 전망 경로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미국의 새 정부가 내놓을 경제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우리나라의 수출 모멘텀이 중국 등 주요국과의 경쟁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지 여부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계엄 이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탄핵 정국이 경제적 영향을 미치겠냐는 질문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데이터를 보면 경제엔 중장기적 영향이 크게 없었다”며 “그때도 2분기 연속 시위가 많았지만, 경제적 충격이 적었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을 보면 경제 부분에 주는 충격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과거 경험을 미뤄보면 정치적 프로세스와 경제적 프로세스가 분리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시장안정을 위한 국고채 매입 프로그램이 결국 양적완화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는 “전혀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국고채 매입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라며 “금리가 어떤 외부적 충격에 의해 기준금리로 인한 영향 외에 더 튄다면 공개시장을 통해 금리를 우리 방향으로 맞춰가겠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금융투자협회 자본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일 외국인의 국채 매수세는 순매수 3670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덧붙여 “우리 국채시장에서 아직도 외국인들이 국채를 순매수 중인데, 그렇지 않을 경우에 이렇게 하겠다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국고채를 많이 삼으로써 이자율을 낮추는 (양적완화) 쪽과는 관계 없다”고 말했다.
국가 신인도 문제에서도 “어제 S&P에서도 이번 일이 영향을 크게 줄 것 같지 않다고 발표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경제 펀드멘털이 좋고 성장 모멘트도 있다”며 “경제에 관한 펀드멘털과 정치적 이유는 분리가 돼 있어 신인도가 크게 영향받을 것 같진 않다”고 했다.
한편, 경제·금융 수장들은 이날도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비상계엄 사태가 금융·외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며 시장 안정을 위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최상목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했다.
김봉정ㆍ김현희 기자 space02@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