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 건설클레임연구소
‘공사계약 중도타절’ 세미나 열어
“적법한 해지사유 인정이 관건”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공사비 상승과 건설경기 악화로 공사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이에 따른 법적 분쟁과 불이익을 예방하려면 철저한 계약관리가 필요하다는 법조계의 조언이 나왔다.
법무법인 율촌의 조원준 변호사가 5일 열린 ‘공사계약 중도 타절의 법적 문제’ 세미나에서 ‘이행보증청구와 손해배상’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 율촌 제공 |
법무법인 율촌의 조원준 변호사는 5일 율촌 건설클레임연구소가 ‘공사계약 중도 타절(打切)의 법적 문제’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공사계약 타절(해지)에 대한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아 불가피하게 계약이행보증청구와 손해배상청구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며 이 같이 밝혔다.
세미나는 공사비 분쟁이나 공기 지연 등 여러 원인으로 공사계약 타절 상황에서 발생하는 실무적인 문제와 업계 대응 방안, 법적 리스크 최소화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연이은 건설경기 불황과 자재비 급등으로 공사비 증가 등 재정적 부담이 커지면서 공사 타절이나 계약 해지 관련 분쟁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사계약 중도 타절은 단순히 계약을 끝내는 것을 넘어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처 방법이 중요하다.
법원은 공사도급계약상 수급인의 공사 중단을 민법상 채무불이행의 하나인 ‘이행 거절’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급인의 공사 중단으로 준공기한까지 공사를 완성할 가능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발주자(도급인)는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공사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공사 중단이 채무불이행으로 인정돼 공사계약이 해지되면 도급인과 수급인 모두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도급인은 다시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하는 과정에서 준공 지연으로 사업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추가비용 지출도 감수해야 한다. 수급인도 도급인으로부터 계약이행보증금이나 선급금보증금, 위약벌ㆍ지체상금 등 각종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할 수 있다. 계약 해지 과정에서 현장을 점거하고 유치권을 주장하는 경우도 많다.
조 변호사는 “공사계약이 중도 타절된 경우 당사자 간에 기성부분에 대한 정산과 추가공사비 지급 여부, 지체상금과 선급금의 정산 등 여러 가지 비용 정산이 발생하게 된다”며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고, 당사자 일방의 해지에 의한 경우에는 해지가 적법한지 여부를 둘러싼 분쟁도 발생하는 만큼 소송 과정에서 매우 복잡ㆍ다양한 쟁점을 다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이행보증청구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적법한 해지사유가 인정돼야 하고, 절차적으로도 해지에 필요한 요건을 갖춰 유효한 해지로 인정돼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행이익 산정을 둘러싼 실무상 쟁점과 이행이익에 대한 손해배상이 인정된 판례를 소개하며 “수급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귀책사유 없이 도급계약이 해지되는 경우 이를 다퉈 기존에 투입한 공사비용뿐만 아니라 공사를 하지 못한 부분의 이행이익까지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율촌 건설클레임연구소가 5일 개최한 ‘공사계약 중도 타절의 법적 문제’ 세미나에서 사회를 맡은 정유철 변호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율촌 제공 |
이와 함께 김장효 변호사는 ‘공사중단과 계약 해제’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도급인 입장에서는 공사대금에 다툼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가, 추후 소송에서 미지급 공사대금의 존재와 공사 중단의 적법성이 인정되는 경우 각종 손해배상 청구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며 “조건부 또는 이의 유보를 통한 공사대금 지급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수급인으로서는 실제 공사 중단 전, 공사 중단의 근거와 불가피성을 구체적ㆍ객관적으로 소명하고, 상당한 기간을 정해 도급인의 의무 이행을 최고하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여러 차례 보내 공사 중단을 예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내놨다.
아울러 김순태 전문위원은 ‘체불 대응 및 처리’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원활한 공사 이행을 유도할 수 있는 발주자 직불제도의 대안으로 하도급대금채권을 직불 목적으로 신탁하는 ‘상생채권신탁’ 제도를 소개했다.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이은재 수석전문위원은 ‘유치권 등 공사방해’를 주제로 발표했다.
율촌 건설클레임 팀장으로 이날 사회를 맡은 정유철 변호사는 “공사비 상승과 건설경기 악화로 건설업계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공사계약 불이행과 포기 사례가 속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법적 분쟁 역시 크게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런 때일수록 도급계약 관련 분쟁에서 법적으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철저한 계약관리와 분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율촌은 공공ㆍ민간영역의 건설 관련 클레임 분쟁을 신속ㆍ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ㆍ건설 부문 산하에 건설클레임연구소를 설립했다.
이날 세미나는 당초 온라인으로만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기업 관계자 등 1000여명이 참석을 신청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끌면서 현장 참석까지 받았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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