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발표를 하고 있다. [KTV 캡처]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본격 착수했지만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해제 이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5일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계엄 해제 이후 이틀째 장고를 이어갔다. 전날 밤부터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 나서 계엄과 자신의 거취 등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이란 말도 나돌았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최병혁 전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지명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의 면직을 재가해 사태 조기 수습을 도모하며 임기를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인 계엄의 위헌ㆍ위법 논쟁을 강하게 부정하며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말도 정치권에서 심심찮게 나온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내란죄'에 해당하며,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이 70% 이상에 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는 등 여론은 윤 대통령의 생각과 정반대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리얼미터가 4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p, 응답률 4.8%)한 결과,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3.6%(매우 찬성 65.8%, 찬성 7.7%)로 집계됐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24.0%(매우 반대 15.0%, 반대 8.9%)였다.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69.5%가 ‘해당한다’고 답했다. 24.9%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4일 전국 성인 1053명 대상 실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p, 응답률 5.0%)에서도 ‘하야ㆍ탄핵으로 대통령 직무 즉각 정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72.9%에 달했다. ‘탄핵으로 인한 헌정 중단 사태 막아야’ 응답은 24.2%였다.
계엄에 대해서도 ‘내란죄에 해당하는 반헌법적 쿠데타’라는 응답이 75.2%로 나타났다. ‘대통령의 합법적 고유권한 행사’라는 답변은 20.0%다.
리얼미터 제공 |
윤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대한 우려는 여당에서도 쏟아졌다.
한동훈 대표는 5일 전날 회동에 대해 “대통령의 이 사태에 대한 인식은 저의 인식과, 국민의 인식과 큰 차이가 있었고 공감하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김상욱ㆍ김소희 등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들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들로부터 권위와 신뢰를 모두 잃었다”며 △진실된 사과 △책임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신속한 조사와 처벌 △대통령 임기단축 개헌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탄핵으로 인한 국정 마비와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야권에서는 이날 김용현 전 장관의 전격적인 면직이 이날 예정된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출석을 회피하고, 해외도피를 위한 ‘면피성’ 조치라는 의혹이 나왔다.
동맹국가인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가들의 시선도 한층 더 비판적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특히 계엄 해제 이후 ‘안도감’을 표했던 미국 정부는 하루 사이 ‘엄중’한 톤으로 사실상 윤 대통령을 겨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4일(현지시간)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심각한 오판’(badly misjudged)이라고 규정했다. ‘매우 문제가 있고’(deeply problematic) ‘위법적’(illegitimate)이라고도 했다. 미국 정부의 사전 인지 실패에 대해선 “매우 예측할 수 없고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용된 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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