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국민의힘 규탄 및 탄핵소추안 가결 촉구 제 시민사회 및 야5당 공동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6일, 정국은 종일 숨가쁘게 돌아갔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날 오전 탄핵 ‘반대’에서 ‘찬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으며 하루 만에 입장을 선회, 안갯 속이었던 국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또 이날 오후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회동이 성사되며 탄핵 정국의 최대 분수령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회동은 별다른 성과 없이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끝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과 면담 후 국회에서 열린 여당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을 만났지만 제 판단을 뒤집을만한 말은 듣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2차 계엄’ 가능성 등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현재로선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회동 후 국회를 방문한다는 소식이 갑작스럽게 전해지며 한때 긴박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 진입하면서 경호처와 군을 동원할 수 있다는 의혹을 야당이 제기하면서 긴장이 고조된 것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같은 소식이 돌자 긴급 담화를 통해 “방문하시더라도 경호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 방문 목적과 경호에 대한 사전 협의 없이는 대통령의 안전 문제를 담보하기 어렵다”며 “국회 방문 계획이 있다면 이를 유보해 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2차 계엄 가능성에 대해선 “있을 수 없고 용납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총과 칼로 파괴할 수 없다는 것이 지난 3일 밤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우 의장의 담화 직전 “오늘 대통령의 국회 방문 일정은 없다”고 일축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한 대표의 탄핵 찬성 시사 발언으로 탄핵 표결이 하루 앞당겨 이날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야당은 여당의 ‘이탈표’ 규모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만큼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변화된 상황이 별로 없을 것 같다”며 예정된 7일 표결에 들어갈 것이라고 시사했다.
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직접 개입 정황이 드러나는 증언 등도 이날 속속 나왔다. 사실일 경우 윤 대통령의 ‘내란죄’ 등 범죄 혐의 적용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견해에 힘이 실렸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은 이날 오전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집무실서 대기하던 중 3일 계엄 당시 오후 10시53분쯤 윤 대통령에게 전화가 왔다며 여야 대표 등 주요 인사들에 대한 체포를 직접 명령했다고 밝혔다고 김병기 민주당 정보위 간사가 전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정원에도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라고 했다)”고 홍 차장은 말했다.
홍 차장이 밝힌 체포 대상자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포함됐다. 또 김민석·박찬대·정청래 등 야당 지도부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김민석 의원의 형인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 김명수 전 대법관, 권순일 전 선관위원 등도 언급됐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체포 지시가 없었다는 공지를 냈다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공지를 취소했다.
계엄 당시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 점거를 시도한 것에 대해선 일부 극우 세력에서 주장하는 ‘불법선거’의 의혹 규명을 위한 것이었단 의혹도 커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야 3당 의원들은 입장문을 통해 “계엄군이 대한민국 선거 시스템의 핵심인 통합선거인명부를 촬영한 것은 누가 보더라도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이라며 “ 장면을 보며 오랫동안 극우 보수 음모론자들이 주장했던 ‘22대 총선 부정 선거’ 궤변을 떠올리는 것은 무리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오전 “관계 당국은 국민주권 실현 주무 기관인 선관위 청사에 대한 계엄군의 점거 목적과 그 근거 등에 관해 주권자인 국민 앞에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10시 24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9분 만인 오후 10시 33분 계엄군 10여명이 중앙선관위 과천 청사에 진입했다. 선관위는 과천 청사와 관악청사, 수원 선거연수원 등에 투입된 계엄군 병력을 약 3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리가 6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긴급 브리핑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 |
빨라진 탄핵 시계만큼, 계엄 사태를 둘러싼 진상 규명과 연루자 등에 대한 책임론도 급속도로 확산됐다.
민주당은 이날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내란죄’의 공범으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민주당 법률위원회는 고발 배경에 대해 “헌정질서가 무너질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을 당사로 유인해 혼란을 부추기고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표결시간을 연기하도록 요청했다”며 “명백히 국회의 계엄 해제요구안 표결을 방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내란죄 등으로 고발되거나 연루된 현역 군인 10명에 대하여 법무부에 긴급출국금지를 신청했다.
전 계엄사령관, 방첩사령관, 수방사령관, 특전사령관과 병력을 출동시킨 것으로 확인된 공수여단장, 대령 지휘관(3명) 등이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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