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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각 국회 앞] 탄핵안 무산에 시민들 “집에 안 간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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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2-07 21:58:11   폰트크기 변경      
주최측 추산 여의도만 약 100만명 모여

질서 지키며 평화로운 시위에 외신도 ‘깜짝’

국민의힘 의원들 집단퇴장에 “탄식, 분노”

“내일도 다음주에도 계속 나온다”



7일 오후 8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주변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 사진 : 박호수 기자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내일이고, 모레고, 다음주고 시민들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후손들에게 이런 나라를 물려줄 수 없습니다. 유신부터 12ㆍ12사태, 5ㆍ18과 같은 암흑의 시대는 우리 세대에서 반드시 끝내야 합니다.”

7일 오후 9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만난 서울 강북구 시민 김순희(70)씨는 “후손들에게 아픈 역사를 물려줄 수 없단 마음에 눈물만 나온다”라며 탄식했다.

영하 2도의 추운 날씨에도 여의도 광장은 발걸음을 떼지 못한 수십만 명의 시민들로 촛불 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여의도 국회의사당 일대에 모인 시민은 약 100만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은 약 11만명)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시위에 참석한 대학생들 / 사진 : 박호수 기자  



5살 딸아이를 품에 안고 행진하는 경기도 수원 시민 김영욱(39)씨는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 제대로 된 역사를 배우게 하고 싶다는 마음에 나오게 됐다”라며 “시민들에게 총구를 겨둔 대통령은 대통령의 자격을 잃었으며,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서는 반드시 국민이 뜻이 승리한다는 것을 우리 아이에게도 알려주고 싶어 같이 나오게 되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부터 여의도에서 이어진 범국민촛불대행진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위한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5시를 전후로 대규모 인파가 몰렸다.


국회 정문부터 2문 앞에 모인 시민들은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탄핵‘, ‘민주주의 수호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랜카드를 들고 “윤석열을 탄핵하라! 탄핵하라!”는 구호를 연신 외쳤다. 인근 사람들과 계속해서 어깨가 닿고, 몸이 떠밀릴 정도로 밀집한 인파 속에서도 시민들은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며 평화로운 시위를 이어갔다.


시민들은 경찰과 대치하는 것이 아닌 지시에 순응하며 집회를 이어갔다. 중간 중간 신나게 뛰며 춤을 추고 일명 노래에 맞춰 ‘떼창’을 부르는 ‘락 페스티벌’과 같은 MZ 집회 분위기도 연출됐다. 대학생 김연우(22)씨는 “집에서 계엄령 소식을 들었을 때는 밤잠을 못 자고 떨며 무서웠는데, 막상 이곳에 한마음 한 뜻으로 모인 시민들을 보니 기쁘고 벅찬 마음이 크다”라며 “하루 빨리 나라가 정상화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오후 5시께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 가결을 촉구하는 대규모 인파가 모이고 있는 모습. / 사진 : 박호수 기자 


자신을 영국 외신기자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한국인들의 시민의식이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라며 “그들은 자기 나라의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고, 나라가 위험에 빠진 순간에도 폭동이 아닌 축제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시위를 이어나가고 있다”라며 “So Interesting!(너무 흥미롭다!)”을 연신 외쳤다.

그러나 오후 5시 40분께 여당 의원들이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집단 퇴장한 것을 지켜본 시민들은 사이에서는 분노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국회의사당 앞 대형스크린 생중계를 통해 텅 비어있는 국회 본회의장이 나오자 시민들은 “이게 나라냐”, “국민의힘을 해체하라”, “국민의힘은 다시 돌아와 탄핵 표결에 동참하라”를 외쳤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 가결을 촉구하는 시민 행렬. /사진 : 박호수 기자 


서울 소재 대학생 허정인(23)씨는 “국민의 투표로 국회의원 자리에 간 자들이 어떻게 국민에게 ‘투표해’라는 구호를 외치게 하는지 이해할 수도 없다”라며 “앞선 조상들이 수호해낸 민주주의를 이렇게 박살내 버리는 걸 현장에서 지켜보는 상황이 너무 참담하다”라고 한탄을 내뱉었다.

이날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자리에 빨리 돌아와 내란수괴 윤석열을 탄핵하고 민주주의와 대한민국 위기를 극복하는데 참여해주길 간곡히 호소한다”라고 말했고, 우원식 국회의장도 국민의힘 의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며 투표 종료 선언을 3시간 가량 미뤘다.

그러나 결국 우 의장이 9시20분 투표를 종료키로 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폐기됐다.


탄핵소추안 폐기 소식에도 발걸음을 옮기지 않고 시위를 이어가는 시민들. /사진 : 박호수 기자 


실시간으로 탄핵소추안 폐기 선언을 지켜본 시민들은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몇몇 시민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대학동기들과 6시간동안 집회에 참석했다는 김민정(25)씨는 “우리가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반드시 우리 손으로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집회가 있는 한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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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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