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워룸’ 미국통 전면배치
LG, ‘백악관 터줏대감’ 조 헤이긴
워싱턴 사무소 단독운영 체제로
현대차도 현지 사무소 조직 확대
자료 : 각 사 제공, 그래픽 : 대한경제 |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한국 주요 기업이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국내외 전열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는 ‘사업별 안정’, 국외는 ‘트럼프 리스크’ 에 대한 사전포석을 놓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ㆍSKㆍLG그룹의 정기 인사 키워드는 그룹별 사장단의 중용ㆍ유임ㆍ승진을 통한 ‘안정’이 꼽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의 핵심인 메모리사업부장과 파운드리사업부장은 교체했지만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이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임하는 등 전영현호 체제에 힘을 싣는 인사를 단행했다.
SK도 손현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부사장)을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해 경쟁력 강화를 이끌도록 했고, 안현 SK하이닉스 N-S 커미티 담당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개발총괄(CDO)을 맡아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리더십을 공고화에 나섰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핵심 참모로 꼽히는 권봉석 LG 대표이사와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등 부회장 2인 체제를 유지했다.
현대차그룹도 현대자동차 대표이사인 장재훈 사장을 완성차담당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경험과 실력을 갖춘 리더를 그대로 기용해 내실과 도약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이다.
동시에 글로벌 비즈니스의 핵심 변수로 부각한 대(對) 미국 정ㆍ관계 활동에도 힘을 싣고 있다. 반도체 지원법 축소 및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가능성뿐 아니라 보편관세 확대와 대(對)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 등에 따른 리스크를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핵심 거점은 워싱턴이다. 현재 워싱턴DC에는 삼성전자(펜실베이니아 에비뉴), SK(K스트리트), 현대차(캐피털 스트리트), LG(F스트리트) 등이 이른바 워룸(전쟁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은 북미법인 대외협력 팀장을 맡고 있는 전 주한 미국 대사인 마크 리퍼트 워싱턴 사무소 소장을 중심으로 소통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SK는 지난 7월 영입한 폴 딜레이니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비서실장을 최근 인사에서 SK아메리카스 북미 대관 총괄로 선임했고, LG는 올 연말 인사에서 워싱턴 사무소를 트럼프 1기 정부 때 백악관의 부비서실장을 지내며 이른바 ‘백악관 터줏대감’으로 불린 조 헤이긴 소장 단독 운영체제로 재편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부터 로버트 후드 전 미국 국방부 법제처 차관보가 이끌고 있는 워싱턴 사무소의 조직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8월 구성된 국제정책실(GPO)을 이끄는 김일범 부사장(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과 대외협력ㆍ국내외 정책 동향 분석 등을 총괄하는 그룹 싱크탱크 수장이 된 성 김 전 주한 미국 대사를 워싱턴 업무 함께 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한편 2기 트럼프 정부의 출범과 맞물려 주요 기업의 대(對) 미국 로비 비용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세액 공제와 보조금 지급 등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로비자금 정보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삼성은 올해 1∼3분기 569만달러(약 81억원)를 지출하며 지난해 630만달러 수준에 근접했다. 지난해 433만달러(약 62억원)를 사용한 SK는 올 1∼3분기에 423만달러를 지출했고, LG도 같은 기간 51만달러(약 7억원)을 사용하며 지난해 24만달러의 2배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역시 지난해 212만달러(약 30억원)에서 올 1~3분기 179만달러를 썼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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