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지구 지정 단지 호가 3억 껑충
탈락 단지 저가 매물 쌓이고 있지만
계엄 사태에 컨트롤타워 올스톱 위기
재건축 추진동력 약화 우려 커져
사진:대한경제 DB |
[대한경제=이종무 기자] 재건축 선도지구가 발표된 1기 신도시(분당ㆍ일산ㆍ평촌ㆍ중동ㆍ산본)가 ‘충격’에 휩싸였다. 선도지구 지정 단지는 호가가 3억원 가량 뛰었지만 탈락한 곳은 저가 매물이 쌓이는 등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비상 계엄 후폭풍이 덮치며 사업 자체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성남 분당과 고양 일산에서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로 지정된 단지는 벌써 집값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지역은 1기 신도시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재건축 사업성이 좋거나 사업이 빠르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면서 어느 곳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실제 선도지구에 속한 분당 ‘양지마을 6단지’는 전용 면적 84㎡가 지난 8월 17억3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선도지구 지정 이후 같은 면적 매물 호가는 18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분당 ‘샛별마을 라이프’의 경우 전용 84㎡ 직전 거래가가 12억2500만원이었지만 현재 15억5000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선도지구 지정 이후 적게는 5000만원부터 3억원까지 호가가 급상승한 셈이다.
재건축 호재가 집값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전국 아파트 매맷값이 3주째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에도 이들 지역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KB부동산이 최근 발표한 ‘주간 아파트 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 2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2% 하락했는데 수도권은 0.02% 올랐다. 성남 분당(0.17%), 안양 동안구(0.14%) 등이 경기도 평균(0.01%)보다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봐도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에 포함된 안양 동안구 호계동 ‘샘마을대우ㆍ한양’ 전용 101㎡가 지난 5일 9억2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 10월 동일 유형 거래가(8억7000만원)와 비교해 5500만원 올랐다.
반면 선도지구 탈락 단지에서는 이미 호가가 조정을 받고 있다. 일산 ‘후곡마을 8단지’ 전용 134㎡ 매물이 직전 실거래가(7억6000만원)보다 4000만원 낮춘 가격에 나왔다. 일부에선 전ㆍ월세 물건이 나오거나 매물을 더 싸게 사려는 수요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선도지구 탈락 단지의 호가 하락 등이 일시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불확실성은 점증하는 분위기이다. 비상 계엄 사태 여파에 따른 여야 대립 격화로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 후속 계획이 줄줄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어서다.
여기에 내각도 총 사퇴 의향을 밝힌 만큼 장관 부재 등으로 국토부 컨트롤타워의 올스톱이 불가피한 형국이다. 국토부가 오는 2027년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첫 이주ㆍ철거ㆍ착공, 2030년 첫 입주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시간표대로 사업이 흘러갈지 장담하기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대표는 “애초에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가 터무니없는 사업 추진 기간 계획으로 목표대로 이행될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았다”면서 “내각이 또 교체된다고 하면 책임질 사람도 없어지면서 어영부영하다가 사업이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건축 추진 동력이 줄면 선도지구 탈락 단지의 호가ㆍ매매가는 당분간 하락세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탈락 단지 전체 가구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2만~3만가구가 매년 재건축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순차 재정비’를 한다고 하는데, 결국 이마저도 계속 탈락 단지가 나오는 구조여서 애초에 포기하는 단지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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