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내란 동조 국민의힘 규탄 및 탄핵소추안 가결 촉구 제 시민사회 및 야당 공동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민주당 제공 |
[대한경제=김광호 기자] 비상계엄과 탄핵안 등의 여파로 국회가 마비되면서 내년도 예산안을 포함해 민생법안 처리가 ‘올스톱’됐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8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통령 퇴진 전까지 당과 국무총리가 긴밀히 협의해 민생과 국정을 차질없이 챙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분간 정국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경제 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8일 국회와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677조원 규모의 2025년 예산안 관련 여야정 협의는 무기한 중단됐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7일 국회에서 폐기됐지만, 야당이 탄핵안 재발의를 예고하는 등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12월2일)을 넘기고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입장 차가 여전한 가운데 협의가 이뤄질 만한 물리적인 여유도 없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준예산 편성 가능성도 거론된다. 준예산은 직전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12월31일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최소한의 정부 기능 유지를 위해 전년도에 준해 편성하는 예산이다.
준예산이 편성되면 공무원 인건비, 국고채 이자, 국민연금, 아동수당, 생계급여 등 기본적인 예산 집행만 가능하다. 상당수 복지 재원 지출이나 재량 지출 등은 집행 제한이 불가피해진다. 여야 모두 준예산 사태는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탄핵정국이 장기화한다면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던 반도체 산업지원 정책 및 관련 법 처리도 ‘탄핵 정국’과 맞물려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반도체 기업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를 예외하고 보조금을 지원하는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의 여야 간 합의처리는 기대하기 어려워진 분위기다. 반도체 기업의 통합 투자세액 공제율을 현행보다 5%포인트(p) 상향하고,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대상에 연구ㆍ개발(R&D) 시설 투자를 포함하는 정부 지원책도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법)도 현재로서는 논의 재개 시점을 예상하기 힘들고, 원전 수출과 동해 심해 가스전 시추사업(대왕고래 프로젝트) 등 주요 사업들 역시 난관에 부딪혔다.
주주환원 증가액 법인세의 5% 세액공제, 배당 증가액의 저율 분리과세, 상속세 관련 최대 주주 할증평가 폐지 등 자산시장 ‘밸류업’을 위한 정책들도 표류하게 됐다. 이와 함께 최고세율 인하 등 내용을 담은 상속세제 개편안, 정산 주기 단축을 골자로 하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 한도 상향 등을 담은 조세특례법 개정안 등에 대해서도 좌초 우려가 나온다.
다만, 금융투자세 폐지 및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 일부 여야 합의가 이뤄진 민생 법안들은 탄핵 대치 상황과 별개로 연내 처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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