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오진주 기자] 원달러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블랙프라이데이=미국 직구’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9일 어도비의 마케팅 데이터 분석 서비스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블랙프라이데이(11월 29일) 전자상거래 매출은 108억달러(15조457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0% 증가한 수치다.
이는 ‘트럼프 효과’로 인해 미국의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미시간대학교가 조사하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이달 74로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자 5개월 연속 상승했다.
미국에선 해외에 팔 물건이 없을 정도라는 말도 나온다. 1년 동안 쌓인 재고를 미국에서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싸게 팔고, 남는 물건을 한국에서도 판매하는데 미국 내수 시장이 좋아져 한국에 판매할 재고도 없단 뜻이다.
반면 1400원대 환율이 지속되면서 국내에선 미국 직구 거래가 줄고 있다. 달러당 1400원을 넘긴 건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 번째다.
한 해외직구 플랫폼 관계자는 “과거에는 50%만 할인해도 ‘핫딜’이라고 불렀지만 최근엔 물건이 없어 20~30%만 할인해도 핫딜 제품으로 판매한다”며 “저렴한 제품이 많이 나와야 블프 기간 해외직구 소비도 증가하는데 그렇지 않다 보니 내국인들의 미국 직구 심리도 주춤하다”고 말했다.
대신 엔저 영향으로 일본 직구 거래액이 증가하는 추세적인 흐름이 이어지면서 연말 대목 블랙프라이데이까지 포함하면 올해 해외직구 소비행태는 ‘미국 대신 일본’으로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일본 직구액은 13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엇다. 같은 기간 미국은 10% 감소한 4061억원에 그쳤다.
또 다른 직구 플랫폼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는 이제 미국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고객은 할인에 더 민감해졌고, 일본과 유럽에서도 미국 시장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공격적인 할인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K-컬처 인기에 미국 소비심리까지 살아나면서 이번 블랙프라이데이에서 이득을 본 건 국내 수출기업이다.
LG생활건강은 아마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에서 지난해 행사 대비 156%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매출이 15배 늘었다.
오진주 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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