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고에 정국불안, 내수침체 늪
식품업계, 공장 통·폐합 등 나서
유통업계 해외시장으로 눈돌려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비상시국 속 소비 회복 정책이 언제 나올지 불투명해지면서 유통기업들은 비상경영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될 예정이었던 소비 활성화 대책이 단기적 성격이 짙은데다, 이마저도 제대로 나올지 장담할 수 없어서다. 이미 기업들은 내수 소비 시장이 인구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 사업과 상품 운영 계획을 재편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지출 적은 고령 1인 가구 늘어… 소비 인구 감소
유통기업들은 1%대 저성장 흐름이 인구와 연결돼 있어 구조적으로 바꾸기 어렵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국가 주요 소비 정책이나 기업의 경영 판단 기준이었던 4인 가구는 감소하고 소비 여력이 적은 고령의 1인 가구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전체 가구는 전년 대비 30만 가구 늘었는데, 1인 가구만 31만가구 늘었고 4인 가구는 오히려 11만가구 감소했다. 4인 가구 비중은 16.8%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들의 지출은 전체 가구의 절반 수준으로, 필수 지출 품목인 식음료 부문에서도 전년보다 0.4%포인트 지출을 줄였다. 1인 가구의 고령화도 문제다. 20∼30대 1인 가구 비중은 2022년 36.5%에서 2023년 35.9%로 감소했지만, 60∼70대 1인 가구 비중은 같은 기간 35.3%에서 36.4%로 증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3∼4인 가구는 생애주기에 따라 계속해서 소비가 발생한다”며 “고령 1인 가구는 식품, 의복 등 필수 소비에도 적극적이지 않은데, 이 인구가 늘어나면 전체 소비 인구는 감소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구조적 저성장 진입… 유통ㆍ식품기업 맞춤 사업 전략 수립
유통 관련 기업들은 내수 시장이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 이에 맞춰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식품기업들이 가장 빠르게 대비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는 국민 1인당 식품 섭취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인구는 줄고 고령자는 늘면서 전국민 섭취량이 감소하는 게 일반적인데, 한국은 인구 감소보다 섭취 칼로리 감소 속도가 빠르다”면서 “부가가치를 올리려면 해외 사업 확대가 필수”라고 분석했다.
기업들도 국내 매출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해외에서 최대한 매출을 키우는 전략에 맞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청주와 김천에서 운영 중인 육가공 공장을 내년부터 김천공장으로 통합한다. 현재 청주공장은 직원 계약, 생산 등 정리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다. 국내 공장은 하나로 통합해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인도 등 해외 공장 투자는 확대한다. CJ제일제당도 국내 투자 계획은 없는 가운데 유럽과 미국에 생산시설을 신설한다. 식품제조업의 취업유발계수(16.0)는 전 사업 평균(11.7%) 보다 높아서 국내 시설 증설이 없으면 고용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유통기업들은 소비 침체가 가속할 것으로 보고 조직 축소에 나섰다. 이마트는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의 상품 구매 라인을 합치면서 관련 조직도 통합했다. 트레이더스 등 각자 운영하던 영업본부를 이마트 아래로 합치면서 2차 희망퇴직도 진행 중이다. 근속 15년차 이상 직원 대상으로 실시한 1차 희망퇴직보다 규모를 넓혀 10년차 직원까지 포함했다. 현대백화점은 천호ㆍ신촌ㆍ미아점의 상품 기획(MD) 조직을 통합하고 본사에서 직접 운영한다. 신세계백화점도 본사 조직을 5개 본부에서 3개 본부로 축소한다. 동시에 국내 우수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돕는 무역 상사 역할을 강화하고자 관련 조직에는 힘을 싣는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일시적 불황으로 보는 관점이 우세했지만, 연말 인사 이후 이어지는 조직 개편에는 ‘환경 변화’라는 설명이 붙고 있다”면서 “제조사도, 유통사도 해외로 나갈 방법을 찾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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