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비상계엄 사태 이후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까지 경쟁적으로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결국 형법상 내란죄의 ‘우두머리’로 수사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긴급 대국민담화에 나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제공 |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전날 청구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영장에 ‘윤 대통령, 군 지휘관들과 공모해 국헌 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형법 제87조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ㆍ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는 것’을 내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형법상 ‘국헌 문란’은 △헌법ㆍ법률에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헌법ㆍ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과 △헌법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시키거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내란의 우두머리는 사형이나 무기징역ㆍ금고로, 모의에 참여ㆍ지휘하거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경우에는 사형이나 무기징역ㆍ금고 또는 5년 이상의 징역ㆍ금고로 처벌된다. 부화수행(附和隨行, 다른 사람의 주장에 따라 행동함)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ㆍ금고로 처벌된다.
검찰은 김 전 장관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했다. 포고령을 직접 작성했다고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군 지휘관들에게 병력 투입을 지시한 김 전 장관이 우두머리가 아닌 종사자로 적시됐다는 것은 사실상 검찰이 윤 대통령을 내란죄의 우두머리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 전 장관은 이날 예정됐던 영장심사를 포기했다. 그는 자신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대륙아주를 통해 “국민께 깊이 사죄드린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모든 책임은 오직 저에게 있다”며 “부하 장병들은 제 명령과 주어진 임무에 충실했을 뿐, 부디 이들에게는 선처를 부탁드린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사태 수사에 경쟁적으로 뛰어든 검ㆍ경과 공수처는 동시다발적인 중복 수사로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일자 일단 머리를 맞대는 모양새다.
대검찰청은 전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과 공수처에 공문을 보내 수사 관련 협의를 제안했다. 이에 경찰과 공수처가 모두 응하겠다고 답하면서 조만간 이들 수사기관은 ‘수사 협의체’ 가동을 위한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사건 관련자인 경찰이 수사 주체가 되는 것은 공정성 측면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경찰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지만, 경찰은 ‘내란죄의 직접 수사권은 경찰에 있다’며 이에 응하지 않았다.
여기에 공수처까지 검ㆍ경에 ‘수사 중인 사건을 넘겨달라’며 수사 경쟁에 뛰어들었다. 공수처법은 공정성 논란 등으로 공수처에서 수사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해 사건 이첩을 요청하면 해당 수사기관이 이에 따르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적인 수사에 따른 혼선 우려와 함께 법원이 중복수사를 이유로 공수처가 신청한 각종 영장들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합동 수사’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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