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70% 이하 표본점검 계획
생명과 직결…적정금액 반영 필요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민간 건축물의 승강기 안전점검(유지관리)이 표준액의 절반도 안 되는 헐값에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점검의 실효성까지 의심받고 있다. 정부에선 표본점검을 통해 점검 규정을 위반한 단지에 대해선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지만, 입주민도 안전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적정한 금액을 자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한국승강기안전공단 등에 따르면 2025년도 승강기 표준유지관리비는 일반 승객용 엘리베이터 기준 20만5000원으로 책정됐다.
올해 표준액(19만7000원) 대비 4.06% 인상된 금액으로, 인건비 상승과 자재비 인상률 등이 반영됐다. 이는 승강기 1대의 월 단위 유지관리 비용으로, 2인 1조의 인력 투입이 원칙이다. 연간 단위로 체결하는 계약에는 월 1회 자체점검(약 1시간 소요)과 야간 및 휴일 고장대기 및 긴급출동, 연 1회 정기점검 시 입회 등의 서비스가 포함된다.
표준유지관리비는 공공기관ㆍ관공서 등에서 승강기 유지관리 관련 예산 책정의 기준이 된다.
문제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 등에서 진행하는 민간 경쟁입찰이다. 민간에서는 적격심사제ㆍ최저가낙찰제ㆍ최고가낙찰제 중 하나를 선택해 승강기 유지관리업체를 선정하는데, 절반이 최저가낙찰제를 선택한다. 이로 인해 민간에선 무한 가격경쟁이 이뤄지고, 표준액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에 계약이 체결되기도 한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에서 매년 발표하는 표준유지관리비는 기준만 제시할 뿐, 입찰가격 하한선을 강제하지 못한다.
이선순 한국승강기관리산업협동조합 전무는 “가격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보니 표준액의 4분의 1인 월 4만5000원, 5만원에 낙찰받는 사례도 나온다. 이 비용으로는 수익은커녕 제대로 된 점검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면서, “2인 1조 투입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등 덤핑 입찰로 입주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적격심사제를 운영하는 단지도 저가경쟁이 만연되어 있다.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에 따라 적격심사는 입찰금액(30점), 기업신뢰도(30점), 업무수행능력(30점), 사업제안(10점) 등을 종합평가해 낙찰자를 결정한다. 그러나 가격 외 평가요소를 비교할 만한 객관적인 데이터의 부재로, 대부분 가격으로 낙찰자를 결정하는 실정이다. 사실상 최저가나 다름없는 셈이다.
대한승강기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민간 승강기 유지관리계약 평균액은 8만5475원으로, 평균 표준금액의 45.4%에 불과했다. 80% 후반에서 90% 초반대의 공공 건축물 낙찰률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정부와 업계는 민간 승강기 안전점검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내년 유지관리계약이 표준액의 70% 이하로 체결된 사업장에 대해 표본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2인 1조 투입 등 규정 위반이 확인되면 승강기안전관리법에 따라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올해 시행된 승강기산업진흥법에 따라 유지관리 정보도 체계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다. 대한승강기협회 관계자는 “데이터가 쌓이면 공인된 실적증명도 가능해져 적격심사에서 최저가가 낙찰되는 비중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승강기 점검은 입주자의 생명과 직결된 부분이라, 입주자나 건물주가 점검비용에 대한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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