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열린 싸이월드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함영철 싸이커뮤니케이션즈 대표가 서비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싸이커뮤니케이션즈 제공 |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국민 메신저 앱 ‘카카오 톡’이 등장하기 전인 2000년대 젊은 세대의 소통창구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였다. 이용자는 미니홈피에서 지원하는 방명록 기능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거나, 일기장을 공유하며 자신의 근황을 주변 지인에게 알렸다.
미니홈피는 단순 메신저를 넘어 일종의 놀이문화로 확산됐다. 개인 아바타인 ‘미니미’와 미니홈피를 취향껏 꾸미고, 원하는 배경음악(BGM)을 깔며 자신의 개성을 뽐내는 것은 마치 일상생활의 일부처럼 여겨졌다.
한 때 대한민국 인터넷 사용자의 약 90%인 3200만명이 애용했던 싸이월드가 다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옛 감성을 최대한 보존하는 동시에 최신 트랜드를 적절히 반영해 과거 주력 소비층인 3040세대는 물론 10∼20대의 신규 이용자를 모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싸이커뮤니케이션즈(싸이컴즈)는 11일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내년 하반기 정식 출시되는 싸이월드의 서비스 방향성을 발표했다.
2000년대 초 대한민국의 디지털 문화를 주도했던 싸이월드는 SK컴즈의 품에 안기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당시 1020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국내 대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자리 매김 했으나, 온라인 플랫폼의 판도가 모바일 중심으로 바뀌면서 웹 기반이던 싸이월드의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2011년 발생한 35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이미 흔들리던 싸이월드의 입지를 더욱 약화시켰고, 결국 2019년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2022년 싸이월드 재출시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 싸이월드제트에 의해 부활을 시도했으나, 데이터 복원에 실패하며 1년 만에 다시 문을 닫게 됐다.
지난 9월 설립한 싸이컴즈는 국내 최고 IT 전문가들로 구성된 SPC다. 과거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넥슨, 펄어비스 등에서 굵직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던 함영철 대표(현 투바이트ㆍ소니드 대표)를 비롯해 다음 출신 류지철 최고기술책임자(CTO), 카카오게임즈 출신 박유진 최고프로덕트책임자(CPO), 나이키ㆍ3M 출신 정규현 최고마케팅경영자(CMO)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사업에 참여해 데이터 복원 등 서비스 재개에 필요한 모든 기술적 부분을 총괄하게 된다.
새로운 싸이월드는 개인의 기록과 유의미한 교류에 중점을 두고 설계 중이다. 이날 공개한 ‘마이홈’과 ‘클럽’ 기능이 대표적이다. ‘마이홈’은 앱 첫 화면이자 사용자의 개인 공간으로 사진, 글을 쉽게 작성ㆍ관리할 수 있고, ‘클럽’은 커뮤니티로 게시글이 아닌 채팅 중심으로 운영되는 방식이다. ‘마이홈’과 ‘클럽’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그룹 내 개인적 교류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싸이월드의 상징이었던 ‘미니미’는 기존 도트 디자인에서 3D 비주얼로 제작된다. 예전처럼 ‘미니미’를 사용자 취향과 개성에 따라 꾸밀 수 있는 기능이 적용된다.
싸이컴즈는 싸이월드를 기반으로 게임 사업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발표했다. 함영철 대표가 가진 글로벌 게임 서비스 경험을 더해 시너지를 이끌어 낸다는 목표다.
함영철 대표는 “싸즈컴즈는 내년 1분기까지 이전에 보유하고 있던 데이터 복원을 마치고 하반기 서비스를 정식 출시할 계획”이라며 “지난 11월 기존 법인으로부터 3200만명의 회원과 170억건의 사진 데이터를 인계받았다. 현재 데이터 복원을 진행 중이며, 작업이 완료되면 복원 현황에 대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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