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근우 기자] 의정갈등이 10개월째에 접어들고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까지 더해지면서 정부의 의료개혁 추진이 동력을 잃게 됐다. 의사들의 반발은 더욱 커져가고 있으며, 보건복지부 장관이 검찰 소환조사까지 받는 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12일 복지부에 따르면 박민수 2차관(사진)은 이날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최근 어려운 상황으로 의료개혁 방안 논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상황이 안정되는대로 논의를 진전시키겠다”고 덧붙였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이 12일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복지부 제공 |
의료개혁 특별위원회(의개특위)에 참여했던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 단체는 지난 3일 비상계엄 포고령에 ‘파업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고, 위반시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자 이에 반발하면서 특위 참여를 중단했다.
이 때문에 당초 이번달 예정됐던 비급여와 실손보험 개선 방안, 의료개혁 2차 로드맵 등이 발표될지도 미지수다.
지난 9일 마감된 내년 상반기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모집 지원율은 8.7%에 그쳤다. 3594명 중 314명만 지원했다. 레지던트 2~4년 차와 인턴 모집이 이어질 예정이지만, 1년차 모집과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박 차관은 “올해 상반기에 수련병원을 이탈한 많은 전공의가 아직 복귀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열린 자세로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후보들은 지난 10일 합동 설명회에서 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택우ㆍ강희경ㆍ주수호ㆍ이동욱ㆍ최안나 등 제43대 의협 회장 선거 후보자들은 “의료 공백 사태가 정부의 무모하고 일방적인 의료 정책 강행 탓”이라고 입을 모았다.
상대적으로 온건파로 분류되는 강희경(서울의대 교수) 후보마저 “12ㆍ3 계엄 이후 의정갈등의 해결은 더욱 요원해졌다”며 “윤석열 정부의 반헌법적인 수준을 보고, 온건하던 의사들마저 완전히 정부에 등을 돌렸다”고 지적했다.
대한의과대학ㆍ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에 이어 의협 비대위는 의과대학을 운영하는 전국 대학 총장들에게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중단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의협 비대위는 브리핑문에서 “최근 전국 의대생들은 내년 3월에도 복학할 수 없다고 결의했고, 내년 상반기 전공의 지원율은 8.7%에 불과하다”며 “교육 농단과 의료 농단의 해결을 미루면 해가 갈수록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국무위원 중 처음으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전 5분 동안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한 11명 중 1명이다. 비상계엄 해제와 관련한 국무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근우 기자 gw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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