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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키즈버스’서 수유하며 ‘탄핵’을 외쳤다…그날 여의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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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2-15 16:12:49   폰트크기 변경      
15개월 엄마가 사비로 버스 빌려 위치 공유

‘의료봉사’부터 선결제 매장 ‘실시간 지도’

비폭력과 연대의 힘이 ‘탄핵안 가결’ 여론 유도



지난 14일 한 시민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 소식을 듣고 환호하고 있다. / 사진 : 안윤수 기자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국회에서 헌정 사상 세 번째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 14일 오후 5시께. 여의도 일대에 모인 시민 100만명이 환호하며, 서로를 얼싸안고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목소리 높여 부르기 시작했다.


10대의 청소년부터 70대 이상의 노년층까지 전 세대가 어우러지며 K-POP을 ‘떼창’하는 장면은 비폭력과 연대의 힘을 보여준 이번 ‘K-집회’의 한 장면으로 기록됐다.


특히 지난 7일부터 이어진 집회에서는 촛불보다 아이돌 응원봉, 민중가요보단 ‘K-POP’, 그리고 커피 매장 ‘선결제’와 같은 MZ세대가 주도한 이색 집회 문화가 떠올랐다면, 탄핵안이 가결된 지난 14일에는 MZ를 넘어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현장이 목격됐다.


특히 영유아 아동과 함께 집회를 참석하는 부모들을 위해 아이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된 ‘키즈버스’는 온라인상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14일 서울 여의도 공원 인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촉구 집회 현장에 등장한 키즈 버스. / 사진 : 독자제공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을 15개월 아이를 키우는 아이 엄마라고 소개한 한 시민의 글이 게재됐다. 그는 “지난주 토요일 집회에 갔더니 기저귀 갈 곳이 없어 집에 빨리 갔다”며 “이 시국에 무슨 여행이냐, 우리 아이 500일 기념 여행비를 털어 버스를 빌렸다”라며 키즈버스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면서 그는 촛불집회 장소 인근에 버스 장소를 공유하고, 오픈카카오톡 주소를 공유했다.

그러자 그의 행동에 공감한 시민들의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SNS상에서는 부모들이 하나둘 힘을 보태 후원금도 보내고, 그곳에 찾아오는 참가자들을 위한 아이 간식과 용품 등을 보낸 후 인증 게시물들도 속속 올라왔다.

이날 키즈버스를 이용했다는 한 2살 아들 부모인 김지인(33)씨는 “날이 너무 추워 아이가 아플까 걱정했는데, 버스에서 쉴 수 있다는 소식에 마음 놓고 왔다”라며 “이곳에서 다른 산모들이 편안하게 수유도 하고, 서로 배려하는 모습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지난주부터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들을 위한 ‘선결제’ 릴레이가 이어진 가운데, 이날은 매장의 위치 등 관련 정보를 안내하는 웹사이트도 SNS상에 공유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13일부터는 웹사이트 ‘시위도 밥먹고’에서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집회 장소 근처 선결제 매장 정보의 지도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매장의 선결제 수량과 품목, 주문 가능 여부, 영업시간까지도 볼 수 있어 집회 참가자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는 평가다.



‘시위도 밥먹고’ 선결제 지도 / 사진 : 사이트 갈무리 


선결제 음식을 먹은 참가자 최윤슬(30)씨는 “메뉴가 지난주는 커피만 있었다면, 이번 주는 따뜻한 오뎅부터 든든한 한 끼가 되는 햄버거까지 있고, 앱으로 간편하게 찾아갈 수도 있어 너무 따뜻한 집회가 됐다”며 “감사한 마음에 MZ답게 인증샷도 남기고 게시물도 올리고 야무지게 올렸어요”라고 덧붙였다.

지난 13일부터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는 집회 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서울특별시의사회가 첫 의료봉사 주자로 나서기도 했다.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는 “집회에서 압사 등의 사고가 발생하거나, 보수 단체의 맞불 시위로 인해 충돌해 나오는 부상자, 혹은 날씨가 추워서 감기 등의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해 의료지원단을 구성해 의사들을 파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의대ㆍ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 보건의료단체연합도 의료 지원에 동참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 주말, 시위 중 몸에 이상 징후를 느낀 시민들은 이곳에서 간단한 응급 처치를 받으며 큰 사고 등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이처럼 지난 2주 간 시민들이 여의도 대규모 집회에서 보여준 발전된 민주주의의 집회 문화에 여론이 움직였고, 탄핵안 가결로 이어지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론 형성을 위해선 많은 시민이 단기간에 광장에 모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누구나 즐기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집회 문화가 형성됐기 때문에 대규모 인파가 모일 수 있었고 이것이 탄핵안 가결까지 빠르게 이어지는 데 기여할 수 있었다”라고 분석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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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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