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인파관리시스템 작동 안 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안 표결을 앞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윤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다. / 사진 : 안윤수 기자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는 주최 측 추산 200만명(경찰 비공식 추산 20만8000명)이 모였지만, 정작 행정안전부의 ‘인파관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발길을 옮기기 어려울 정도의 대규모 인파 속에서도 큰 사건ㆍ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고 집회가 질서 있게 마무리되자 누리꾼 사이에선 “시민 스스로 이뤄낸 안전에 자부심을 갖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일 행안부에 따르면 ‘10ㆍ29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행안부가 전국 주요 밀집 예상지역에 도입한 ‘인파관리 시스템’이 수십만명이 넘게 모일 것으로 예상된 서울 여의도 탄핵 집회 현장에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행안부에 따르면 이 시스템이 이번 집회 지역이 아닌 그 주변에 있는 여의도 한강공원과 여의도 벚꽃축제로 유명한 윤중로 부근에서만 운영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인파 관리 시스템 구축 당시 상시 밀집 지역만 이를 구축해 (이번에) 집회가 있었던 공원이나 대로쪽은 포함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인파관리시스템은 이동통신사의 기지국 접속정보와 해당 지역의 공간정보를 기반으로 사고 위험을 예측한다. 위험 상황 감지 시 관련 데이터가 경찰과 소방에 즉각 전파한다. 행안부는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이후 유사한 사고를 예방하고자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데이터는 수치상 인구 밀집도가 기준보다 높아지면 위험도를 산출해 ‘히트맵’ 형태로 지도에 표시하는 방식이다. 위험 수준에 따른 경보가 울려 지자체 공무원에게 상황전파 메시지 등을 전달해 이들이 신속한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한다.
다만,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 14일에는 인파관리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서울시에서 관리하는 CCTV ‘피플카운팅’과 실시간 도시 데이터 시스템을 통해 해당 지역의 인파를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행스럽게도 이날 대규모 인파가 모인 시위 현장에서 사상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근무체제였던 경찰과 소방 관계자도 현행범으로 체포돼 연행되거나 한랭 질환 등으로 병원에 이송된 시민은 없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 : 안윤수 기자 |
집회 현장에 참석한 시민들은 이를 두고 입을 모아 “시민 스스로 만든 안전”이라고 평가했다.
대학생 하윤조(23)씨는 “탄핵안이 가결된 이후 사람들이 흥분해서 시끄러운 와중에도 혹시나 넘어질까봐 옆에서 사람들이 ‘밑에 단차가 있어요’,‘발밑에 조심하세요’라고 외쳤다”라며 “지하철 계단까지 내려갈 때도 시민들이 알아서 줄 맞추고 밀지 않고 천천히 몇십 분이 넘도록 기다리며 내려가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시민 박호연(27)씨는 “8년 전 박근혜 탄핵 당시보다 국가가 달라진 게 없어 절망했는데, 광장에 나와보니 국민들이 달라진 것을 느꼈다”라며 “스스로 질서를 지키며 그 속에서 자신의 신념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 사회가 전진하고 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라고 전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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