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
[대한경제=김광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여파로 올해 7월 출범한 한동훈 지도부 체제가 5개월 만에 막을 내리고,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 내부에선 ‘심리적 분당’ 상태라는 말까지 나오는 등 국민의힘은 최악의 위기에 봉착했다.
15일 여권에 따르면 전날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장동혁ㆍ김민전ㆍ인요한ㆍ진종오ㆍ김재원 등 선출직 국민의힘 최고위원 5명이 동반 사퇴했다. 국민의힘 당헌ㆍ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최고위원회는 해산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다. 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면 한 대표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 때와 마찬가지로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선출직 최고위원 중 김재원ㆍ인요한ㆍ김민전 최고위원은 ‘친윤(친윤석열)계’로, 장동혁ㆍ진종오 최고위원은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된다. 당초 친윤계 최고위원이 모두 사퇴하고 친한계 최고위원 중 한명이 사퇴해 당 지도부가 붕괴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친한계 최고위원 2명 모두가 사의를 표했다.
친윤계는 2차 탄핵안 가결 전후 권성동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뭉쳐 한 대표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등장은 불행의 시작이었다. 이미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 것”이라며 한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끝까지 추잡하게 군다면 쫓아내야 한다”며 “의원총회 의결로 한동훈 퇴출하고 비대위 구성해라. 쫓겨난 자가 후임 비대위원장 임명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날을 세웠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도 “탄핵에 앞장선 배신자 한동훈은 더 이상 우리 당의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 당 대표직에서 당장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한계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신지호 당 전략기획부총장은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했는데도 탄핵도 하지 말자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엄 전으로 돌아가자는 얘기인가. 친윤계 답하시오”라며 친윤계를 겨냥했다.
박상수 대변인은 당헌ㆍ당규 내용을 언급하며 “당대표 사퇴나 궐위가 없으면 당대표 권한대행도 없는 것이고, 최고위원 4인 사퇴가 당대표 사퇴나 궐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헌상 당대표 권한대행이 아니다. 매우 속상하고 안타깝겠지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계파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향후 권성동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더라도 당 안정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여기에 탄핵 정국을 이끌어온 야당이 국정 주도권을 쥐게 된 만큼 여야 대치 국면도 심화될 전망이다.
한편, 한 대표는 16일 오전 10시 30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직 사퇴 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날까지도 “저는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사퇴 요구를 거부했지만, 당 지도부가 사실상 붕괴하자 결국 사퇴로 기운 것으로 관측된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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