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가결에도…원·달러 환율 1430원대 유지
트럼프 2기 출범ㆍ글로벌 통화정책 방향성 등 대외적 요건 지켜봐야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수부진 등으로 내년엔 1%대 저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31.0원으로 출발한 뒤 주간 거래 종가(15시30분) 기준 2.0원 오른 14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일각에서는 이번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급등한 환율 상승분이 일부 반납되는 등 안정세를 보일 수 있다고 관측했지만 환율은 장중 잠시 1420원대를 기록한 뒤 다시 상승해 1430원대를 등락했다. 이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음에도 불구 아직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남아있는 만큼 정치적 리스크가 잔존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환율은 지난 3일 계엄사태 여파로 1440원대를 넘기며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환율이 뛰면 수입물가를 자극해 소비자 물가를 높일 수 있는 만큼 최근 고환율은 시장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재민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예외주의 지속, 트럼프 집권 2기의 무역분쟁 등이 미 달러 강세를 유도할 공산이 크다”며 “원·달러 환율은 내년 상반기까지 1400원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과거 두 차례 탄핵 정국과 달리 이번 사태의 경우 대외적 요건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염려의 목소리가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탄핵정국에 들어서면 공통적으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경제심리가 약화됐다”면서도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글로벌 경쟁 심화 등 대외여건의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로 내년도 한국 경제 성장률이 더욱 하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진다. 한은은 지난 11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1.9%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이에 한은은 2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경기 부양의 시급성을 시사했는데 현 수준의 고환율이 지속되면 금리 인하로 내수를 끌어올리기도 어려워진다.
오는 19일 열릴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 글로벌 경제 흐름에도 더욱 집중해야 할 전망이다. 미국이 이달 금리를 인하할 것은 기정사실화됐으나 내년도 금리인하 경로는 불투명해지며 대외적 요건의 변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이날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개최해 금융·외환시장 동향 및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당국은 초기에는 외환시장이 점차 변동성의 폭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현 정치 상황과 미국 신정부 출범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24시간 시장 모니터링을 지속하기로 했다. 한국경제설명회(IR) 개최, 국제금융·국제투자협력 대사 임명 등 대외신인도 유지 노력도 계속될 전망이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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