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강행처리된 법률안에 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당은 이미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지만 야당은 권한대행의 한계를 벗어나지 말라며 반대하는 양상이다. 하지만 지난 11월28일 국회를 통과해 이달 6일 정부로 이송된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은 21일까지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으면 공포ㆍ시행될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든 정부의 입장이 신속하게 정해져야 한다.
이들 법안은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 등 ‘농업 4법’과 예산안의 본회의 자동 부의를 폐지하는 국회법, 국회 동행명령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이다. 민생법안이라기보다는 지지층을 의식하거나 기업인 등을 군기 잡기 위한 법안들이다. 위헌 소지가 다분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기에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당장 자신을 향한 내란 혐의 관련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대행 탄핵을 일단 안하기로 했다는 이재명 대표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이는 언제든 탄핵할 수 있다는 말도 되는 셈이다. 그러나 결원인 헌재 재판관의 임명은 한 대행 몫이다. 탄핵 심판을 조속히 끝내려면 야당도 한 대행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 판국에 권력 싸움을 벌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한 총리는 중심을 잡고 권한대행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 이후 국정에 대한 민주당의 책임도 무거워졌다. 윤석열 대통령을 무조건 반대만 하던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려졌음을 알아야 한다. 몇 개월 후에 정부를 직접 운영해야 할지도 모른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은 철회가 안돼 거부권이나 법 개정 이외에는 되돌릴 방법이 없다. 권한대행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 전례도 있다. 6개 법안은 야당의 이해 속에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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