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4단체가 17일 우원식 국회의장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경제현안에 대한 재계 입장을 전달하고 협조를 요청한다. 경제단체는 앞서 지난 12일에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 초청으로 유사한 성격의 간담회를 가져 탄핵안 가결 이후 사실상 야당과 접점을 넓히는 모양새다. 현실적으로 야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 통과가 어렵다는 점에서 재계로선 고육책이라고 할 만하다.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법안은 현재 국회 법사위 소위에 계류돼 있는 상법 개정안이다.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법안으로 민주당 ‘당론법안’으로 지정돼 있다. 최근 정국 혼란과 맞물려 주춤하고 있지만 언제든지 강행처리 수순에 들어갈 수 있다. 일반주주의 이익 보호라는 법안 취지도 좋지만 과도한 보호 장치로 한국 기업이 해외 투기자본의 소송 남발에 시달려야 한다면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반면에 국가 경쟁력이 달려 있는 경제법안에 대해선 우 의장도 조기 통과에 힘을 보태야 한다. 과방위를 여야 합의로 통과한 AI(인공지능) 기본법안, 산업위 소위에서 심사 중인 반도체특별법안 등이 대표적 사례다.
재계의 이런 행보와 달리 최근 여당 움직임은 엇박자로 보인다. 민주당 이 대표가 앞서 초당적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당정 협의’를 고수하며 단번에 거절했다. 이 대표의 득의양양한 언사가 못마땅할 수 있겠지만 주도권 다툼을 벌일 때가 아니다. 경제법안뿐 아니라 민생법안에도 합의 가능한 법안들이 적잖기 때문에 어떤 형식으로든 협의체 구성은 필요하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법안과 가상자산투자소득 과세 2년 유예 법안은 연내 통과돼야 금융시장의 혼란을 피할 수 있다.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한 재건축재개발촉진법안, 단말기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단통법 폐지법안 등도 협의체를 통해 조기 통과가 요구되는 민생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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