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는 ‘한파 경보’
소상공인들 못 버티고 떠나
전문가 “반등 모멘텀 부족”
사진:대한경제 DB |
[대한경제=이종무 기자] 용산구 용리단길, 성동구 성수동 등이 서울 신흥 상권(핫플레이스)으로 뜨는 사이, 기존 ‘강자’로 군림했던 강남구 가로수길이 약화한 모습은 공실률에서도 드러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물가ㆍ고금리 상황이 소비 둔화 등 경기 침체로 이어져 고착화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가로수길이 위치한 강남구 신사역 인근 3층 이상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올해 3분기 16.1%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거셌던 2020년 4분기(9.6%)보다 높은 수치다.
공실률은 코로나19 팬데믹처럼 강남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가로수길뿐 아니라 강남대로 중대형 상가 공실률 올 3분기 10.3%로 같은 기간(8.7%) 1.6%p 확대했다. 여기에 강남은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2.49%에서 5.1%로 뛰었다.
이 일대에 터전을 잡았던 도소매ㆍ음식점업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떠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도소매 및 숙박ㆍ음식점업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3분기 56조원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돼가던 2022년 1분기(약 55조원) 규모로 축소했다.
부동산R114 상업용 부동산 솔루션 RCS를 봐도 전국 사업자 수는 올 2분기 현재 약 234만개로 전분기 대비 3.3% 줄었다. 250만개로 고점을 찍은 지난해 4분기 이래 두 개 분기 연속 내리막이다. 이 역시 2022년 1분기(221만개) 수준으로 회귀한 숫자다.
고금리에 경기 둔화로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상가의 주요 수요층인 자영업자의 위기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 7월 기준 0.61%로 전년 동기 대비 0.16%p 증가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신용정보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10월 말 신용정보원 채권자변동정보시스템에 등록된 개인 연체 차주(대출자ㆍ개인 사업자 포함)는 614만4000명에 달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상가 거래 건수도 크게 감소하는 상황이다. RCS에 따르면 전국 상가 거래량은 지난 3분기 2830건으로 전분기(3623건)보다 21.88%나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4분기(6855건)와 비교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상가 거래량은 고금리 장기화와 대출 규제가 강화하기 시작한 올해 들어 줄곧 감소세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7000건을 웃돌던 상가 거래량은 올 1분기 5230건으로 감소 전환한 뒤 계속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선진국 중에서도 자영업자 비중이 큰 만큼 국내 상가 시장이 부활하려면 정책, 제도 등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우선 실물경기 회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성수동, 용리단길이 핫플레이스로 대두되는 가운데, 가로수길과 기타 상권은 여전히 공실이 발생하는 등 모든 상권이 활발하지는 않다”며 “향후에도 반등할 수 있는 모멘텀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특히 상가는 수익성이 떨어진 물건을 낮은 가격이라도 받아줄 구매자가 많지 않은 시장”이라며 “내년 상가에 대한 리스크가 가장 커질 시기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