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ㆍ고금리 후폭풍 여전
[대한경제=권해석 기자]올해 BTO(수익형민자사업) 방식으로 추진되는 신규 인프라 사업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조달액이 3000억원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조원이 넘는 신규 민자사업이 발굴됐지만 정작 민자 PF 시장에서는 찬바람이 불고 있는 셈이다. 얼어붙은 내수와 건설경기를 민자로 보강하겠다는 정부의 구상도 헛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민간투자법에 따라 추진되는 신규 BTO 사업 중 올해 PF 조달이 완료된 사업은 경기 평택 통복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이 유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업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공공 주선기관으로 나서 지난달 3100억원 규모의 PF 조달을 마친 바 있다.
반면 올해 PF 조달이 예상됐던 GTX-BㆍC 노선과 광역철도 대장홍대선, 이수과천복합터널 등은 내년으로 일정을 넘기게 됐다. GTX-BㆍC노선은 민자 조달 규모가 각각 3조4000억원에 이르고, 대장홍대선도 2조원을 민간에서 조달해야 하는 대형 사업이다. 이수과천복합터널의 PF 조달액은 4800억원 수준이다.
대형 민자사업의 PF 조달이 지연되는 이유는 최근 몇 년간 지속된 고물가와 고금리의 후폭풍이 여전히 민자 PF 시장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높아진 공사비에 민자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금융기관이 원하는 수준의 이익을 보장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인프라 금융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가 올라 민자 사업주는 사업을 하면 손해인 상황”이라며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금리가 우호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민자 PF 시장이 위축되면서 경기 보강 수단으로 민자사업을 활용하려는 정부의 생각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연간 10조원 내외 수준인 민자사업 신규 발굴 규모를 지난해 23조2000억원으로 대폭 늘렸고, 올해도 25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56조4000억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한 데 이어 올해도 30조원 가까이 결손이 예상되면서, 부족한 재정을 민자로 보충하기 위해 신규 민자사업 발굴에 공을 들인 결과다. 하지만 PF 조달이 안되면 사업 진행이 안되기 때문에 실제 경기보강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민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인프라 금융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정책인프라 펀드 조성 계획 등을 내놨지만, 대부분 내년부터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아무리 신규 사업을 많이 발굴했더라도 민간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으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권해석 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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