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악화ㆍ탄핵 정국 여파
삼성, 전분기比 20% 감소 관측
DS부문은 38%나 하향 조정
SK하이닉스 영업익 8조 예상
그래픽 : 대한경제 |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에 적신호가 켜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ㆍ중 반도체 규제에 이어 비상계엄ㆍ탄핵정국 영향과 중국 D램 가격 하락 등 반도체 업황이 얼어붙는 분위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연일 낮추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이 3분기보다 20%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의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익은 각각 76조390억원과 7조4300억원으로, 이전 분기 대비 각각 3.4%, 19.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 전망치는 기존 76조900억원 대비 0.4% 상향 조정했지만, 영업익 전망치는 기존 9조8900억원보다 24.8% 낮춰 잡았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맡은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영업이익 추정치도 하향 조정됐다. 한화투자증권는 올 4분기 DS 부문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5조8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38%나 낮춰 잡았다.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도 하향곡선이다. 다올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 4분기 영업이익을 8조원으로 예상했다. 시장전망치 대비 1000억원 하회한 수치다.
증권사들이 반도체 실적을 낮춰 잡는 배경은 △트럼프 행정부 2기의 HBM 중국 수출 규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발동 이후 1400원대 후반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 △D램 가격 하락 등이 있다.
특히, 범용 D램 가격이 직격탄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 거래가격은 지난 7월 2.1달러에서 11월 1.35달러로 넉 달 새 35.7% 하락했다.
중국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푸젠진화(JHICC)는 DDR4 8Gb D램을 시중 가격의 절반 수준인 0.75∼1달러에 팔아치우며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저사양 D램ㆍ낸드플래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을 짖누르는 구조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도 악재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까지 △TSMC 66억달러 △인텔 78억6000만달러 △마이크론 61억6500만달러 등 대만과 미국 기업 중심으로 보조금을 확정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보조금은 현재까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가 텍사스 등에 4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내용을 조건으로 지난 4월15일 64억달러 보조금을 지급하는 예비거래각서를, SK하이닉스와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최대 4억5000만 달러 보조금을 받는 내용으로 지난 8월6일 예비거래각서를 체결했다.
국내 반도체 산업 지원책도 탄핵 유탄을 맞았다. 탄핵 정국 이후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지원을 강화하고, 연구개발(R&D) 인력에 주 52시간제 적용을 예외하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 논의는 올스톱 됐다. 재계 관계자는 “AI에 최적화된 HBM으로 반도체 업황을 끌어올릴 절호의 찬스가 왔지만, 대내외 여건은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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